제3지대와 '기호 싸움' 돌입한 거대양당…'투표용지 윗쪽' 혈투 가열
입력 2024.03.17 07:30
수정 2024.03.17 07:30
與野, 위성정당 '기호 3·4번' 위해 '의원 꿔주기'
국민의힘, 당 이적 위해 현역 비례대표 8명 제명
민주당, 내주 현역 지역구 이적 및 비례 제명 전망
"제3지대, 거대 양당 싸움서 승리 힘들어"
'세 불리기'에 한창인 제3지대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거대양당이 '기호 3·4번'을 노리면서 앞 순위를 받기 위한 경쟁이 심화된 것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이 투표용지에서 앞 순서를 받게 만들기 위해 현역 비례대표 의원을 빌려주는 방안을 본격 펼치고 있다.
국민의미래는 기호 4번을, 더불어민주연합은 기호 3번을 각각 노리고 있다. 국민의미래의 경우 기호 2번을 받는 국민의힘과 지역구 투표와 비례대표 투표에서 나란히 두 번째 칸을 확보하는 게 선거 전략상 유리하단 점에서 기호 4번을 점찍었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현역 의원 김예지·김근태·김은희·노용호·우신구·이종성·정경희·지성호 등 비례대표 의원 8명을 제명했다. 이들을 국민의미래에 파견하기 위함이다. 비례대표가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당적을 옮기기 위해선 당의 제명 조치가필요하다.
앞서 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비례대표 의원 8명에 대한 제명 안건을 의결했다. 8명을 선발한 것은 녹색정의당의 현 의석(6석)과 새로운미래 등 제3지대 신당이 이를 한 석 정도 앞질러 7석 정당이 될 경우 등을 복합적으로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조만간 이러한 방식으로 앞 순번 기호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의원 꿔주기'를 위해 다음 주 내 지역구 의원을 옮기거나 비례대표 의원을 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 순위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제3지대 신당들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기호 3번' 차지를 위해 현역 의원 확보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와 무관하게 거대양당의 진입으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불과 며칠 전 새로운미래는 현역 의원 1명이 확실하게 합류할 것이라며 기호 3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김종민 공동대표는 지난 12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현역 의원) 2명이 결심하면 녹색정의당(6석)보다, 우리가 의석 수에서 앞에 나가게 된다”며 “우리는 새로운미래가 세 번째(3번)로 벽보를 걸 것으로 일단 전망하며 오는 20일까지 끝까지 노력할 예정"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거대 양당의 '앞 순위' 집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굳이 '꼼수'를 쓰면서까지 편법을 이용할 이유가 없단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기호 3, 4번이 크게 의미가 있나 싶다"며 "거대 양당이 앞 순위를 배정 받는다고 해서 유리하고 불리할 게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진단했다.
이어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경우 인지도가 얼마 안되니 그럴 수 있다 싶었는데, (거대 양당의) 위성 정당은 굳이 (왜 그러나 싶다)"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그러면서 거대 양당이 뛰어든 '기호 싸움'에서 제3지대가 승리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 실장은 "거대 양당과의 싸움에서는 이기기 힘들 것"이라며 "제3지대에 합류한 의원들이 인기가 있어서 합류한 것도 아니고 (앞 순위를 받지 못하면)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