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작심 경고'…"국민 생명 방기한 의사들에 합당한 조치"
입력 2024.03.06 23:29
수정 2024.03.06 23:31
세종서 국무회의·중대본회의 잇달아 주재하며
병원 이탈 전공의들 비판·의료 개혁 의지 강조
"불법 집단행동, 법치주의 근간 흔들어…법대로 대응"
"PA 간호사로 공백 메울 것" "의료개혁, 반드시 완수"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레지턴트)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의료계 집단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의대 입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한 전공의 7000여명에 대한 면허정지 3개월 행정처분 절차를 이틀째 진행 중이다.
윤 대통령은 6일 국무회의에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스스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며 자유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는 헌법 제36조에 따라 국민 보건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고, 의사는 국민 보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가 의사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조치는 의사들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따른 국가의 책무와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 행정명령 등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의사단체 측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 "이번 일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거나 의료서비스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1285억원(보건복지부 1254억원·국가보훈부 31억원) 규모 예비비 지출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예비비는 전공의 대체 인력 채용에 필요한 재정 한시적 지원, 의료 인력 야간·휴일 비상당직 인건비, 공공병원 연장 진료 운영, 민간병원 공보의 파견 비용 등에 쓰일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선 "지금 의료 현장의 혼란이 역설적으로 의사 수 부족을 입증하고 있다"며 "수련 과정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해서 국민 모두가 마음을 졸여야 하고, 국가적인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해야 하는 이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이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이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의사들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이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를 보다 강화하여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시범사업을 통해 이분들이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공보의와 군의관을 기존에 소속됐던 병원을 중심으로 투입하고, 병원이 필수과목 전문의와 간호사를 신규 채용할 수 있게 인건비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병원'에 대해선 "중증 진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경증 환자에 대한 보상은 줄이겠다"며 "비중증 환자를 지역의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으로 이송할 경우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급격한 의대 정원 증원으로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의료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닌 틀린 주장"이라며 "우리나라가 한 개 의과대학당 한 학년 정원이 평균 77명인데 반해, 독일은 243명, 영국은 221명, 미국은 146명"이라고 했다. 이어 "의대 교수 1인당 법정 학생 정원이 8명인데, 현재 의대 평균이 1.6명에 불과해 전임교수의 수도 매우 넉넉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료현장의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해 반드시 완수해 내겠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제2차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 회의도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늘봄학교를 전체 초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는 엄청난 일"이라며 "늘봄학교의 성공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에게 세습되는 것을 막아 우리 사회를 더 역동적이고 이동성이 활발한 나라로,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는 나라로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학부모를 비롯한 사회 각계에 재능 기부를 당부하며 "나도 요즘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틈을 내서 야구와 농구 연습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