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대기업 대출 140조 돌파…신용 리스크 '돌파구'
입력 2024.03.06 06:00
수정 2024.03.06 06:00
최근 한 해 동안만 30조 증가
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 압박
중소기업 채무 상환 능력 저하
대기업 중심의 여신 전략 고수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기업고객 창구. ⓒ뉴시스
국내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최근 한 해 동안에만 30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14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가계와 중소기업의 신용 위험이 확대되자 대기업 대출 영업에 집중하며 활로를 모색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자금을 마련하려는 대기업들의 대출 수요는 계속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141조80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7%(30조7532억원) 늘었다. 이는 전월 대비로도 2.1%(2조8606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이들 은행이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34조9017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일반적인 연간 성장률(5%대) 수준을 나타낸 셈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 영업에 집중한 배경에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연속 인상하며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가계와 중소기업의 금융비용이 치솟았고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로 채무 상환 여력이 크게 악화한 것이다.
실제 5대 은행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석 달간 새로 취급한 중소기업 신용대출의 평균 금리는 5.38~7.06%로 지난 2022년 같은 기간(3.45~4.89%)과 비교하면 크게 뛰었다. 이 기간 가계 신용대출 평균 금리도 3.94~5.65%로 상단이 1%포인트(p) 이상 올랐다.
상황이 이렇자 가계와 중소기업들의 신용 위험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각각 0.35%, 0.48%로 집계됐다. 연말 연체 채권 정리 규모가 확대되면서 전월보다 소폭 하락한 수치를 보였지만 여전히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은행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 목표 성장률을 1.5~2% 수준으로 잡은 상태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보수적 대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우량 차주인 대기업 대상 영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은행들의 이 같은 여신 성장 전략을 지속할 전망이다. 한은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신용 위험은 건설·음식숙박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채무 상환 능력 저하 등으로 중소기업 중심으로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도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확대 등으로 높은 수준의 신용 위험이 예상됐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시중은행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완화적 대출 태도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