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홍콩 ELS 배상 촉구…"피해 원상복구시 제재 경감”
입력 2024.02.28 13:24
수정 2024.02.28 13:25
내주 손실분담안 가이드라인 발표
은행권 선제배상 배임 이슈 '난색'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캔싱턴 호텔에서 진행된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다시 한번 판매사들의 선제적인 자율 배상을 촉구했다. 과거 잘못에 대해 상당 부분 시인하고, 피해 원상복구를 한다면 제재 경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판매사들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소송전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이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연구기관장들과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판매사들이) 과거 잘못을 상당 부분 시정하고 책임을 인정해 이해관계를 원상복구 한다면 제재나 과징금의 감경요소로 삼는 건 당연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 어떤 형태로 제재나 과징금, 과태료를 반영할 지는 금융위원회에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현재 금융사들 의사결정에 영향 줄 정도로 반영하는 게 제도 운영상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5일 업무 브리핑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배상기준안을 발표하기 전에 은행들이 자율 배상에 나설 것을 한 차례 촉구했다. 당시 그는 "계약서와 녹취뿐 아니라 고객의 자산 규모와 목적에 맞게 판매하지 않았다면 불완전판매로 봐야 한다"며 "금융사들이 수긍하고 자발적으로 일부를 배상해주면 소비자 입장에서 일단 유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사와 투자자 간 책임 분담 기준안의 대략적인 얼개와 관련해 대표 유형을 6가지로 구분할 예정이다. 유형별로 40~80% 범위에서 특정 배상 비율을 제시했던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와 다른 방식이 될것으로 보인다. DLF 분쟁조정은 일률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이번 ELS에는 그와 같은 방식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2019년 DLF 사태 당시에는 손실을 본 6건의 사례에 대해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하도록 했다. 사례별 비율은 ▲80% ▲75% ▲65% ▲55% ▲40% 등이었다.
하지만 ELS의 경우 나이나 가입 경험, 서류 부실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배상 비율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불완전판매가 확정된 모든 피해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일정 금액을 배상을 하는 ‘기본배상’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DLF사태 당시에도 재가입자는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알고 있다고 판단해 배상 비율 기준에서 5~10%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었다. 전체 홍콩ELS 가입 고객 중 재가입자 비중만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원이 비대면 채널 가입을 유도한 정황도 변수로 떠오른다. 은행원이 판매 과정 속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면 마지막 가입 단계가 모바일이라고 해도 모든 책임을 고객에게 묻는 게 맞는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ELS 손실분담안은 과거 사모펀드나 DLF 사태 등의 경험을 감안하되 그것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 등의 요소를 반영할 수 있는 형태로 고려하고 있다”며 “일률적으로 재가입자나 증권사는 배상안에서 빠진다고 보는 건 성급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 투자자들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앞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손실분담안 초안 작업은 마무리 단계라는 설명이다. 다만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등에 들어가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가능한 다음 주 중 이를 공론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지금까지 여러 투자자와 금융사의 실태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검사를 진행했고, 내달을 크게 넘기지 않는 시점에서 금융당국의 방향성을 밝히는 것이 이해관계 정리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서 홍콩ELS 배상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판매사를 대상으로 2차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
다만 은행권은 섣불리 선제 배상을 했다가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향후 법정 소송으로 갈 때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꼴이 돼 판결에 불리하다는 이유다.
소송전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홍콩H지수 ELS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은 법무법인 김앤장과 화우와 손 잡았다. 신한은행도 화우를 선임했으며, 하나은행은 법무법인 율촌, 세종과 계약했다. 농협은행도 세종과 광장의 자문을 받고 있다.
가입자들도 배상 비율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DLF 사태 당시 도출된 배상 비율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들은 100%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까지 홍콩H지수 ELS 상품은 6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 대부분은 ELS 판매량의 82%를 차지한 은행권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다.
5대 은행이 판매한 해당 상품 중 지난 16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것은 1조2609억원이다. 이중 6558억원의 손실을 기록, 확정 손실률 평균 52%로 집계됐다. 상반기에만 10조원 규모의 상환액이 몰려있는만큼 앞으로 원금 손실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