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흥행 랠리…시장 대기자금 ‘130兆’ 블랙홀?
입력 2024.02.28 07:00
수정 2024.02.28 07:00
예탁금·CMA 잔고 등 이달 들어 6조↑
대어 줄줄이 대기…‘밸류업’ 실망 영향도
에이피알, 상장 당일 개인 순매수 2600억
기업공개(IPO) 시장이 흥행을 거듭하면서 130조원까지 쌓인 투자자예탁금·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증시 대기자금의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공모주들에는 개인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증시 대기성 자금의 지표인 투자자예탁금과 CMA 잔고는 지난 1월 말(126조878억원) 대비 6조1220억원(4.85%) 늘어난 132조2098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거래 목적으로 증권사 계좌에 넣어뒀거나 주식을 판 뒤 찾아가지 않은 돈이다. 지난달 말 50조7434억원을 나타냈으나 한 달도 안 돼 3조원 이상 늘어나며 54조6234억원까지 늘었다.
CMA 잔고 역시 전월 말 75조3444억원보다 2조원 가까이 늘어난 77조5864억원을 기록 중이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돈을 국고채·양도성예금증서(CD)·회사채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운용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주식시장에 언제든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말한다.
최근 증가세는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의 세부내용 발표 이후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에 대한 추가 매수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업들의 공시 의무화 조항 부재 등 느슨한 방안에 오히려 실망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2거래일(지난 26~27일)간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밸류업 수혜주'를 중심으로 순매도했다. 개인은 이 기간 한국전력(1139억원)·현대차(752억원)·우리금융지주(335억원)·삼성생명(233억원)·삼성물산(74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업계에서는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최근 흥행 랠리를 기록하고 있는 공모주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코스피·코스닥시장에 상장한 10개 종목(스팩 제외)의 일반청약 증거금은 총 53조6765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14~15일 양일간 공모청약을 실시한 에이피알에는 13조9100억원이 몰렸다.
상장 이후에도 개인들의 ‘러브콜’은 계속되고 있다. 전날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당일에 상장한 에이피알로 총 2580억원을 사들였다. 지난주(지난 19~23일) 순매수 상위 종목에도 새내기주인 사피엔반도체(403억원)·이에이트(372억원)·코셈(346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어 HD현대마린솔루션, DN솔루션즈(옛 두산공작기계),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 케이뱅크 등 IPO 대어(大魚)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어 공모주 시장이 증시 대기자금을 빠르게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LS머트리얼즈, DS단석 등 공모주들의 흥행 성공으로 올해도 IPO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와 경기 회복 국면이 맞물릴 가능성이 높아 대형 IPO 추진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