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쏙 빼닮았다 했더니…딥페이크 배우 시대, 어떻게 봐야 할까 [D:이슈]
입력 2024.02.25 07:09
수정 2024.02.25 07:09
지난 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후 1위에 오른 작품 ‘살인자ㅇ난감’의 한 장면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주인공 장난감(손석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회상 씬으로, 현재의 얼굴과 어린시절 모습이 오버랩 되는 해당 장면에서 실제 손석구와 꼭 닮은 어린 배우의 얼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손석구의 어린 시절 사진 여러 장을 이용해 딥페이크로 어린 손석구의 얼굴을 만든 후에 아역 배우 강지석의 연기 위에 이미지를 입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제작진의 선택이었다.
이에 앞서서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딥페이크를 배우를 활용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 지난달 종영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는 고인이 된 국민 MC 송해의 젊은 시절 모습이 딥페이크로 구현했고, 현재 방영 중인 KBS2 ‘고려거란전쟁’에서는 귀주대첩 등 대규모 병력 전투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수많은 군중을 만들어냈다.
업계에서는 향후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작품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딥페이크 기술의 강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일단 작품 제작에 가장 중요한 제작비 절감과 편리성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제작비 중 많은 부분이 인건비에 사용되는데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더불어 많은 인원을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까지 있다”고 말했다.
작품성에 있어서도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살인자ㅇ난감’은 실제 손석구의 어린 시절이라 해도 믿을 만큼의 딥페이크 기술을 선보였다. 사실상 그간 드라마나 영화에서 아역 배우가 성인 배우와 닮지 않아도 ‘작품적 허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하면 굳이 이 사람들이 같은 사람이라고 고집을 부리지 않아도, 이질감 없이 시청자들에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은 접근성이 낮고 윤리적, 법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앞서 할리우드에서는 실제 얼굴 소유자의 허락없이 딥페이크 배우가 다른 작품에 출연하면서 논란이 됐고, 국내에서 역시 유명 연예인의 얼굴과 음성을 조작한 가짜 영상을 활용해 투자를 권유하는 사기 범죄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배우들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주연 배우로 이름을 날리는 주조연 배우에겐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극중 이름이 없는 단역 배우나 스턴트 배우 등의 자리는 딥페이크 배우의 등장이 매우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배우와 방송인 중심의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간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해야 한다는 면에 있어서는 공감한다.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에 마냥 반대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이름을 알리지 못한, 힘이 없는 배우들이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면서 “기술의 발전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에 제도적인 장치나 규제가 꼭 있어야 하고, 이미 딥페이크 배우가 활용되고 있는 만큼 관련 논의도 시작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