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내수 침체 빠진 韓…日 전철 밟지 않으려면[경제 나침반④]
입력 2024.02.23 06:30
수정 2024.02.23 06:30
지난해 경제성장률 1.4%, 1960년 이후 최저
한은, 잠재성장률 0% 하락 전망
“인구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유럽, 혼외 출산 인정 등 다양한 정책 꺼내
일본은 버블 경제 붕괴 후 마이너스 성장 원인으로 저출산 문제를 꼽았다. 이후 장기적 관점에서 일가정양립을 위한 기업 지원 제도 등 구조적 혁신을 모색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02년 1.3명 미만을 기록,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했다. 올해 4분기에는 0.6명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합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1960대 이후 최저를 기록하자, 버블(거품) 붕괴 후 경제 침체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저해한 주된 원인은 민간 소비 둔화, 내수 시장 침체로 풀이된다.
향후 생산 인구 감소가 지속할 것이라 예측되면서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경제 성장 정책을 내놔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드는 韓 경제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1960년 이후 역대 5번째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오일쇼크와 외환위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가장 낮은 셈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주된 원인은 민간 소비 증가세 둔화로 꼽힌다. 민간 소비는 지난해 1.8% 성장, 2022년 4.1% 증가 폭의 절반 수준을 보였다. 실질 GDP는 전년보다 민간 소비(1.8%), 정부 소비(1.3%), 수출(2.8%)과 수입(3.0%)에서 증가 폭이 모두 줄었다.
금융당국과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수출 둔화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올해와 내년은 반등할 것이라 진단한다.
지난 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KDI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2%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전망치와 동일하다. 또 한국은행보단 0.1%포인트(p) 높고, 국제통화기금(IMF)보단 0.1%p 낮은 수준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1일 “올해 경제성장률은 2.2%로 전망되는데, 내수 부분은 시차를 두고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기대감에도 KDI는 “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내수 부진에도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며 경기 부진이 완화하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민간 소비 위축, 투자 부진 등 내수 회복은 다소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저출산, 인구 고령화로 생산인구 계속해서 줄자,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생산인구 감소는 내수 경제에 치명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보고서를 통해 “현재 추세대로라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3%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46년에는 일본을 넘어 경제협력개기구(OECD) 회원국 중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큰 나라가 된다”고 밝혔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우리나라가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신 국장은 “일반적으로 연구기관들은 1%대 혹은 0%대까지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며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을 완화하거나 올리려면 인구 구조적 요인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적 방안 대신, ‘현금성 지원’에 불 지피는 정부
앞서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저출산·고령화로 사회적 진통을 앓았다. 내수 침체 원인에는 엔저 효과도 있지만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한몫했다.
일본 당국은 마이너스 경제 성장 배경을 인구 감소로 꼽고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적인 혁신 정책을 추진했다. 정부 주도하에 기업들의 잔업 시간 규제와 연차 휴가 의무화, 노동 시간 유연화, 성과 주의 임금 등을 내세웠다.
이러한 정책 효과 때문인지 일본 출산율은 반등하는 모양새다. 지난 2005년 1.26명까지 떨어졌던 출산율은 2015년 1.45명까지 올랐다. 유엔(UN)은 일본 출산율이 2060년대 1.5명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02년부터는 1.3명 미만을 기록,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했다. 2022년에는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를 기록했다. 최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올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신 최저치를 기록하는 하락률에도, 정부는 단순 현금성 지원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출산 장려 정책으로 ‘일가정양립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여기에는 지난해 월 35~70만원이었던 부모 급여를 올해는 월 50~100만원으로 인상한다 등 현금성 지원이 대부분이다.
직장인 김(33·여)모씨는 “부모 급여와 같은 (현금성)지급은 좋지만 100만원 준다고 해서 누가 아이를 더 낳겠냐”며 “회사가 육아 휴직으로 10개월을 주지만 다른 누군가를 뽑고 그 인력을 교육하면서 업무에 차질이 생겨 출산이 꺼려진다”고 현실성 낮은 지원 정책에 불만을 토로했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유럽의 경우 현금성 지원 외에도 다양한 일가정양립 지원 정책을 벌였다. 프랑스는 비혼 커플을 법적으로 인정해 사회보장 혜택을 주는 시민연대협약(PACS)제도를 운영 중이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결혼은 2012년 24만5930건에서 2022년 24만4000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PACS는 같은 기간 16만 690건에서 19만 2000건으로 19.5% 증가했다. 실제 2021년 프랑스 출생아 전체 중 혼외 출산 비율은 62.2%를 차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