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배상' 금감원에 쏠린 눈…은행, 소송전도 대비
입력 2024.02.20 10:57
수정 2024.02.20 11:00
'90% 재가입자' '고령자' 쟁점
내달 책임분담기준안 발표할 듯
은행, 대형 법무법인 선임해 대응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 대규모 손실 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금융당국의 배상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콩H지수 ELS 투자자의 90%가 재가입자인 만큼 이들에 대한 기준안 마련이 전체 배상안을 결정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권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법정 소송까지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피해 투자자들 역시 불완전판매에 따른 책임으로 전액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배상안이 나와도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배상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홍콩H지수 ELS 판매사를 대상으로 2차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이달말까지 검사를 마치고, 내달 책임분담 기준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올해까지 홍콩H지수 ELS 상품은 6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 대부분은 ELS 판매량의 82%를 차지한 은행권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다.
5대 은행이 판매한 해당 상품 중 지난 16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것은 1조2609억원이다. 이중 6558억원의 손실을 기록, 확정 손실률 평균 52%로 집계됐다. 문제는 H지수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반기에만 10조원 규모의 상환액이 몰려있어 앞으로 원금 손실액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여기에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까지 사태 수습 촉구에 나서면서 금감원은 고심중이다. 과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투자손실 배상안 등을 고려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90%가 넘는 '재가입자'와 '고령자'에 대한 배상비율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돼 은행권 전체적으로 심각한 불완전판매 혐의를 찾기 힘든 점도 과거 사태와 다른 부분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DLF 사태를 수습하면서 평균 배상비율 55%를 제시하고, 투자자 개인의 가중·감경 사유를 반영해 배상비율을 높이거나 낮췄다. 은행 내부통제 부실이 인정되는 경우 배상비율 55%, 재가입 투자자의 경우 배상비율 40%로 책정했다. 최대 배상비율인 80%로 결정된 사례는 투자 경험이 없고 난청인 79세의 치매환자였다.
조속한 해결 압박 속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선제적 배상' 카드까지 꺼냈다. 이 원장은 최근 금감원 업무계획 브리핑 자리에서 "불법과 합법을 떠나 금융권 자체적인 자율 배상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최소 50%로라도 먼저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섣불리 선제 배상을 했다가는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향후 법정 소송으로 갈 때도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꼴이 돼 판결에 불리하다는 시각이다.
현재까지 거론된 책임분담 기준안으로는 증권사나 온라인 창구를 통해 상품을 가입한 투자자를 배상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홍콩H지수 ELS 투자로 과거에 벌어들인 이익은 손실에서 공제하는 방안 등이다. 다만 금감원은 관련 보도가 나오자 전날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에 있지만, 구체적 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배상안이 나오면 본격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은 대형 로펌 다수와 계약을 맺고 향후 있을지 모를 법적분쟁까지 대비하고 나섰다. 홍콩H지수 ELS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은 법무법인 김앤장과 화우와 손 잡았다. 신한은행도 화우를 선임했으며, 하나은행은 법무법인 율촌, 세종과 계약했다. 농협은행도 세종과 광장의 자문을 받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상안이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ELS 사태에 대해 말을 아낄 수 밖에 없다"면서도 "대형 로펌과의 계약은 홍콩ESL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다보니 자문·컨설팅을 받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배상안이 발표되면 이를 충실히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