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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디폴트옵션 적립금 9조 육박…수수료 개편에 '지각변동' 예고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입력 2024.02.15 06:00
수정 2024.02.15 06:00

지난해 4분기에만 5조 늘어

상품 수익률 두 자릿수 '기염'

4월부터 수수료에 성과 반영

퇴직연금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이 최근 석 달 동안에만 5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9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정부의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정부가 디폴트옵션 상품 수수료율 산정 기준에 운용 성과를 반영하도록 제도를 개편한 만큼, 고객 확보를 위한 은행 간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8조5366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128.8%(4조8063억원) 늘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투자하는 제도다.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대상으로 한다. 그동안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원리금보장상품에만 투자하고 방치해 평균 1%대라는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이에 정부가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해 7월부터 디폴트옵션을 도입했다.


현재 해당 시장에서는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양강 구도가 견고하게 자리한 모습이다. 신한은행의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2조512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14.5% 늘어나며 1위를 수성했다. 이어 국민은행이 2조4064억원(증가율 137.2%)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시장 형성 초기에 4위를 기록했던 농협은행은 지난해 3분기부터 하나은행을 앞선 이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 농협은행의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1조441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7.3% 늘었다. 하나은행이 1조3704억원(137.2%)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우리은행은 8066억원으로 196.4% 늘어나며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다.


은행들은 전국 영업망을 기반으로 고객을 유치해 적립금을 빠르게 불리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전담 센터를 운영하는 등 운용 역량을 강화해 수익률을 높인 점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낸 이유 중 하나다. 이에 힘입어 은행들의 디폴트옵션 상품 수익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정부의 목표 수익률(6~8%)을 초과하는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 은행의 포트폴리오별 상품을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고위험1' 상품의 지난해 연 수익률이 20.01%(설정 후 1년 이상)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의 '고위험1'과 '중위험1' 상품 수익률도 각각 14.89%, 10.42%를 기록했다. 하나은행도 '고위험1'과 '중위험1' 상품에서 각각 15.16%, 10.46%를 기록했고 우리은행도 '고위험2'와 '중위험2' 상품에서 13.56%, 10.85%를 나타냈다.


앞으로도 은행들은 퇴직연금 운용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오는 4월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IRP 상품 수수료율 산정 기준에 운용 손익 등을 반영하도록 제도를 개정하면서다. 수익률이 높으면 더 많은 보수를 받고, 반대의 경우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가 마련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품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보이지 않지만, 연금처럼 오랜 기간 쌓아가는 상품에서는 수수료에 따라 차이가 커진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시장에서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1~2위를,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3~4위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은행 간 적립금 차이가 불과 700억~1000억원에 그친다. 당장 올 2분기부터 수수료율 산정 기준에 운용 성과가 반영되면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쳐 이 같은 시장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관계기관 관계자는 "다음 달 초에는 금융감독원의 약관 변경 심사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며 "디폴트옵션 수수료율에 운용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반영할지는 금융회사의 자율에 맡겨진 상태고, 각 사마다 그것에 대한 내부 의사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고 말했다.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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