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수성 vs 8년만에 탈환…'송파병'서 부는 심판론 [서울 바로미터 이곳 ⑬]
입력 2024.02.13 08:00
수정 2024.02.13 08:00
강남 3구 중 '유일 야권 강세' 송파병
2022년 대선·지선서 정치지형 변화
野 "정권 심판" vs 與 "민주당 심판"
재개발, 위례신사선 등에 표심 주목
서울 '송파병'은 강남3구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여당 입장에선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강남3구에서 유일하게 가져오지 못한 곳인 만큼 송파병 탈환에 대한 염원이 크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지역을 8년 동안이나 가져가고도 가시적인 지역발전 성과를 내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송파병에서 강세를 나타내 온 민주당은 지역 수성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고리 삼아 기존 야권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하는 모양새다.
송파병은 전통적 보수 텃밭으로 묶이는 강남3구의 8개 지역구 중 하나다. 하지만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진보세가 강한 지역이라 사실상 '중립 지대'로 분류된다. 실제로 지난 17대 총선에선 이근식 전 의원이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4만1205표(38.24%)를 얻어 당선됐다.
진보 세력의 표가 새천년민주당의 김성순 전 의원으로 분산됐음에도 2위였던 한나라당의 이원창 전 의원(3만6363표·33.74%)과는 4842표(4.5%p)차를 기록했다. 이어진 18대 총선에서는 김성순 전 의원이 통합민주당의 대표주자로 나서 4만623표(46.96%)를 얻으면서 당선돼 여전한 송파병 진보 강세를 보여줬다.
2012년 열린 19대 총선에선 지각 변동이 있었다. 김을동 전 의원이 새누리당 소속으로 송파병에서 5만9664표(51.38%)를 얻으며 당선된 것이다. 지역구가 분리된 이후 처음으로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됐을 뿐만 아니라 과반을 넘는 지지로 압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남인순 의원에게 패배하며 송파병을 내주고 말았다. 남 의원은 5만6772표(44.88%)를 획득하며 김 전 의원(5만212표·39.66%)을 6560표(5.22%) 차로 따돌렸다. 이후 펼쳐진 21대 총선에서도 남 의원은 7만8789표(52.48%)를 얻으며 6만4868표(43.21%)를 획득한 데 그친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1만3921표(9.27%p)차로 꺾었다. 김 교수는 당시 송파병에 전략공천된 바 있다.
송파병 내 강한 진보세의 이유는 지역민 가운데 호남 출신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김 교수를 전략공천한 이유도 전북 남원 출신인데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대북정책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지역 내 호남표를 끌어오자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송파병의 최근 분위기는 달라지는 모양새다. 거여·마천동 일대가 재개발 되면서 유입된 청년층의 표심이 중요해진데다, 이번 정부 들어 높아지고 있는 위례신사선 착공 현실화로 지역민들의 표심이 들썩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달라지고 있는 송파병의 민심은 최근 투표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21년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송파병 내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득표하는데 성공했다. 2022년 3월 열렸던 대통령 선거에선 마천1·2동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주기도 했다.
이후 2022년 6월 열린 지방선거에서도 오 시장은 재차 송파병에서만 60.3%에 달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현 서강석 송파구청장 역시 같은 선거에서 송파병 지역 주민들로부터 과반이 넘는 표를 얻으면서 최근 송파병 지역의 급격한 보수화를 보여줬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선 김성용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지난달 16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직접 만나 '위례신사선 신속 착공'을 위한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의 조속한 개최 및 통과를 건의하는 등 그동안 민주당이 해내지 못했던 사업의 현실화 추진에 무게중심을 싣고 있다.
아울러 강남3구 중 다른 지역에 비해 더딘 부동산 등 자산가치 상승 속도의 원인 역시 민주당 측에 있다는 게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이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송파병의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용적률 상향을 통한 재개발·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추진해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즉, 송파병을 8년 간 점유해온 민주당을 향한 심판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입장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현재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심판하겠다는 자세로 송파병 선거를 준비 중이다.
박성수 전 송파구청장은 송파병 지역 출마 선언에서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래 민주주의는 퇴보하고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 평화가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다"며 "무능하고 폭압적인 윤석열정권을 심판하고 민주주의와 민생경제 회복, 검찰개혁·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내에선 현역 남인순 의원과 박성수 전 구청장이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