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같이…" 부인과 '동반 안락사'로 세상 떠난 90대 총리
입력 2024.02.13 00:07
수정 2024.02.13 00:07
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 부부가 동반 안락사를 통해 한 날 한 시에 생을 마감했다.
지난 10일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판 아흐트 전 총리와 부인 외제니 여사는 지난 5일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해당 소식은 판 아흐트 전 총리가 생전 설립한 '권리포럼' 연구소의 발표로 전해졌다.
판 아흐트 총리는 2019년 팔레스타인 추모 행사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그는 70여 년간 함께 하며 '내 여인'이라 부르던 아내와 함께 임종을 맞이했다. 두 사람은 함께 손을 잡고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장례식은 두 사람이 학생 시절 만난 곳인 네덜란드 동부 네이메헌에서 비공개로 치러질 예정이다.
헤라르 존크먼 권리포럼 연구소장은 네덜란드 공영 방송 NOS를 통해 "판아흐트 부부가 모두 아팠으며 한쪽을 놔둔 채 떠날 수 없었다"고 동반 안락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변호사 출신인 판 아흐트 전 총리는 기독민주당(CDU) 소속으로 1970년대 초반 정계에 입문해 법무장관을 역임하고 1977~1982년 총리직을 수행했다.
마르크 뤼터 총리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판 아흐트 전 총리에 대해 "분극화 시대에 네덜란드 정치에 색채와 실체를 부여했다"며 조의를 표했다.
네덜란드는 2002년 안락사 및 조력자살을 허용한 나라다. 다만 견딜 수 없는 고통, 죽음에 대한 오랜 희망, 구제 가능성 없음 등 6가지 엄격한 요건에 해당해야만 가능하다.
네덜란드에서 처음 동반 안락사 사례가 보고된 해는 2020년이다. 26명(13쌍)이 동반자와 함께 생을 마감했으며 이듬해에는 32명(16쌍), 2022년에는 58명(29쌍)이 동반 안락사를 택했다. 2022년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를 택한 사람은 총 8720명이다. 전체 사망자의 5.1%에 이른다.
네덜란드 안락사 전문센터의 엘케 스바르트 대변인은 "동반 안락사 요청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드물다"며 "두 사람이 동시에 치료에 대한 가망 없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으면서 함께 안락사를 원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