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신종 피싱' 통장묶기 해제…시중은행도 8월부터
입력 2024.02.12 06:00
수정 2024.02.12 06:00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국회 본회의 통과
통장협박 문자 보여주면 부분해제 가능

# 자영업자인 A씨는 자신이 이용하는 은행에서 계좌가 동결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입금된 20만원이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피해자 계좌에서 입금된 돈이었던 것이다. 피해자가 은행에 신고하면서 A씨의 모든 계좌가 정지를 당한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보이스피싱 사기범으로부터 계좌 지급정지를 해줄테니 300만원을 입금하라는 문자까지 받았다. A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주거래 은행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검증 절차를 거쳐, 1시간 이내 지급정지를 풀 수 있었다.
오는 8월부터 A씨와 같은 통장묶기 피해자는 금융회사에 피해 사실을 소명하면 지급정지를 신속 해제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케이뱅크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서도 통장묶기 즉시해제 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선제적으로 도입한 통장묶기 즉시해제 제도가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통장묶기 즉시해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고객들이 신청해 지급정지가 해제된 여러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통장묶기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거래를 동결시키는 금융계좌 지급정지 제도를 악용한 신종 사기수법이다. 지급정지를 당한 피해자가 은행에 해제를 요청해도 통상적으로 2달이 소요되는데,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은 해당 기간 동안 입출금 등이 정지돼 영업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케이뱅크는 이같은 절차를 1시간으로 줄였다.
고객이 지급정지 이의제기 접수를 하면, 케이뱅크는 신속하게 검증절차를 진행한다.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되면 해당 금액이 입금된 통장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통장)은 지급정지를 해제한다. 즉, 범죄에 악용된 통장만 남기고 나머지 통장은 거래를 풀어주는 ’부분해제‘의 개념이다.
이 때 피해자의 신원은 신분증, 영상통화 등을 인증한다. 실제 피싱범이며 스스로 신원을 밝히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범죄 혐의점 여부를 파악하는 피해자의 계좌거래 내역 분석도 함께 진행한다. 필요 시 금융 유관기관과 협업해 추가 검증도 수행한다.
케이뱅크의 이같은 조치는 모든 거래가 비대면으로만 이뤄지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강점을 극대화 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시중은행의 경우 지급정지 해제를 하기 위해서 고객이 신분증을 가지고, 가까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취소신청서를 포함한 관련 자료를 모두 구비해 소명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장묶기 지급정지 해제를 도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만에 하나라도 보이스피싱 계좌일 수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달 1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개정안은 정부의 법률 공포 절차를 거친 뒤 오는 8월 초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통장묶기에 당한 피해자가 피해금을 빼돌릴 의도가 없음을 소명할 경우 피해금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한 신속한 지급 정지 해제가 가능해진다. 피해 소명은 통장 협박범의 협박 문자 등으로 할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되면 전액 지급정지가 원칙이나, 소명자료 등을 통해 통장협박을 받거나 이의제기를 하면 ‘일부지급정지’로 변경할 수 있게 된다"며 "다만, 피해금 환급은 피해구제절차 진행해서 약 3개월 이후에 피해자한테 돈을 돌려줄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