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중처법 확대 시행…정부도 기업도 ‘구인난’ 허덕
입력 2024.02.07 05:49
수정 2024.02.07 05:49
중소건설사, 안전보건관리 인력 확보 ‘고충’
소규모 사업장까지 확대…정부, 수사인력 확보 매진
“중처법 2년 유예 절실…2월 임시국회 처리 호소”
여야 합의 불발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된 지 열흘 남짓 지났다. 정부도 중소건설사들도 서둘러 안전체계 구축을 위한 인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맞닥뜨린 상황에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7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모든 사업장 전체로 확대 시행된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50인 미만 사업장(공사금액 50억원 미만)에서 3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부산 기장군, 강원 평창군에서 각각 끼임과 추락, 이달 1일 경기 포천시에서 깔림으로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소규모 사업장은 사업 규모가 큰 건설현장 대비 안전 관련 인프라가 열악한 탓에 법 시행 이전에도 안전사고가 잦은 편이었다.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현장 가운데 절반 이상인 66.3%(226명)가 50억원 미만 사업장으로 집계됐다.
앞서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중소·중견건설사도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최소 1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
업계에선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현장을 운영하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안전관리자를 두려면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장별로 안전교육도 하고 나름의 조치를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며 “그간 중소건설사들은 안전관리자를 선임할 의무가 없었는데 돌연 법이 시행되면서 구인난까지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이들 몸값이 올라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은 중소·중견건설사들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단 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최근 50인 미만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곳 중 1곳은 안전보건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없었다. 담당자가 있다고 한 기업 중 57%는 사업주나 현장소장이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중대재해법 추가 유예가 불발되면서 정부도 수사인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중대재해 사망자는 459명, 이 중 절반 이상인 267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고용부는 법이 확대 시행되면서 수사 대상이 종전보다 약 2.4배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일주일에 6~7명꼴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수사하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중대재해 관련 조사·수사 인력은 올해 15명 증원될 예정이다. 기존 133명에서 148명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수사인력을 총 171명까지 늘리겠단 계획이지만, 실제 채용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단 점을 고려하면 목표한 인력을 확보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 여당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대신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개청을 2년 뒤에 하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이마저도 거부한 상태다.
중소기업계는 논평을 통해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무산돼 매우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중소기업인들도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남은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다시 논의돼 처리되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전했다.
1월 임시국회가 8일 종료되고 19일부터는 2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힐 마지막 기회인 만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이 처리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