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주담대 금리 1%P 내렸지만…서민에겐 '그들만의 리그'
입력 2024.02.06 15:29
수정 2024.02.06 16:06
금리인하 기대에 시장 지표 내리고
상생금융 압박 더해져 이자율 하락
고신용 위주 영업…취약차주 '울상'
시중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년 새 1%포인트(p) 넘게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와중 대출을 받기 위한 문턱이 더 높아지면서, 사실상 중·저신용자들로서는 넘볼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된 모양새다.
고금리 시기가 길어지고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커지자 은행들이 고신용자 위주로 영업을 이어나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해 12월 새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기준, 분할상환방식)의 평균 금리는 4.29%로 전년 동월(5.29%) 대비 1.0%p 내렸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주담대 평균 금리는 4.10%으로 같은 기간 1.26%p 하락했다. 그다음 신한은행이 4.15%로 1.46% 내려 하락폭이 가장 컸다. 하나은행이 4.15%로 0.87%p, 우리은행이 4.18%로 1.18%p 떨어졌다. 평균 대출금리가 가장 높은 농협은행으로 4.88%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은 같은 기간 0.21%p 내려 하락 폭도 가장 작았다.
이 기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한 차례 인상돼 고금리를 유지했던 시기다. 한은은 지난해 1월 3.5%로 0.25%p 인상한 이후 8차례 연속 이 수준을 유지했다. 현재 기준금리인 3.50%는 2008년 11월(4.00%) 이후 역대 최고치다. 미국 기준금리(5.25~5.50%)와도 최대 금리차를 기록하고 있다.
기준금리와 반대로 주담대 이자율이 1년 새 1%P 떨어진 것은 시장금리가 내려가서다. 기준금리가 고점을 찍은 후 미래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도 떨어졌다.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신규코픽스 대출 금리는 지난달 15일 기준 3.84%로 1년 전보다 0.45%p 하락했다. 고정형 주담대 기준인 은행채 5년물 금리도 지난해 초 4.3%대에서 올 초 3.8%대로 0.5%p 내렸다.
아울러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은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손쉽게 이자 장사로 자신의 배만 불렸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종노릇', '갑질'이라는 표현이 이어지자 은행은 지원 프로그램은 물론, 은행 이익과 직결되는 가산금리를 조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중·저신용자들의 은행권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5대 은행으로부터 새로 주담대를 받은 차주들의 평균 신용점수는 KCB 기준 930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점 올랐다. 1년 전보다 더 높은 신용점수를 보유하고 있어야 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가 21점 오른 937점으로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이 934점으로 27점 올랐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932점으로 각각 30점, 17점으로 상승했다. 농협은행이 8점 내린 915점으로 문턱이 가장 낮았다.
은행이 지난해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 금리를 깎아주며 대출 영업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 인하 기대감이 퍼지며 시장금리가 내렸고 대출금리도 이에 따라 내려간 영향이 크다"며 "고금리 시기 원리금 부담이 높아진 탓에 여유 있는 고소득, 고신용 차주들이 주담대를 찾으며 평균 금리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