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3노조 "대통령 장모 가석방?…'아니면 말고'식 보도 책임져야"
입력 2024.02.06 13:47
수정 2024.02.06 13:59
MBC노동조합(제3노조), 6일 성명 발표
뉴스데스크는 어제(5일) [윤 대통령 장모 3.1절 가석방 추진..이달 말 결정] (A 기자)이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보도했다. 여러모로 공영방송 보도라고 보기에 이상한 점들이 많다.
우선 B 앵커는 "최은순 씨가 가석방 대상자 명단에 포함됐다"라고 단정했다. 그런데 A 기자의 기사에는 "법무부는 이달 말 가석방 대상자 명단을 검토할 예정"이란다. 아직 검토도 안 한 명단에 최은순 씨가 포함돼있다는 소리인가?
또 A 기자도 취재 소스로 '정부 관계자'를 언급하며 "고령인데다 지병 호소, 초범, 모범수 였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라며 가석방 계획을 기정사실화했다. 보도의 전체 내용을 보면 최은순 씨 가석방 방침을 뒷받침하는 건 이 정부관계자의 말이 유일하다. A 기자가 양심을 걸고 정말 믿을 만한 취재원이었는지 묻고 싶다.
보도 2시간 만에 법무부가 "검토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A 기자가 옳았는지 법무부가 맞는지 기자적 판단은 유보하겠다. 하지만 한 가지 의심이 간다. A 기자가 법무부를 상대로 취재를 하긴 했을까? 현재로선 아닐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이 뉴스를 누가 좋아할까?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반감을 가진 시청자들의 감정을 자극하거나, 중도층을 화나게 할 가능성이 큰 소재다. 이미 좌파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선 A 기자의 보도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만약에 정치적 목적이었다면 그 목적을 이룬 셈이다.
무엇보다 보도 이후 MBC의 자세는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하다. A 기자와 데스크들은 이 보도에 대한 정부의 반응을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의 반박 소식을 MBC는 한 줄도 전하지 않았다. 오늘 뉴스투데이에도 A 기자의 이 '단독 보도'에 대한 후속 보도가 단 한 줄도 없다. A 기자는 어제 저녁 8시 자신의 리포트를 단신으로 정리해놓은 게 마지막이었다.
언론의 자유는 물론 존중해야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무책임한 보도까지 존중해 줘야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이는 MBC의 공신력 문제다. 또 '아직 결론이 안 난 얘기니 법무부가 맞다고 할 수도 없다'라는 식으로 주장할 것인가? 혹은 'MBC 보도 때문에 가석방이 무산됐고, A 기자가 정의를 지켰다'라고 선전할 건가 묻고 싶다.
지금으로선 오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공영방송 MBC가 '유언비어 공장'이 되는 셈이다. 지금 총선을 앞두고 얼마나 민감한 시국인 줄 MBC 보도책임자들은 잘 알 것이다. 고작 정부관계자 한 사람의 말을 근거로 들며 이런 휘발성 있는 소재를 단독보도로 포장해 주요뉴스로 다룬 기자와 데스크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MBC가 자꾸 한쪽 방향으로만 논란을 키우는 게 심히 우려스럽다.
2024. 2. 6.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