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한식 본격 육성…“세계화 기대 vs. 지나친 퓨전 우려”
입력 2024.02.06 07:21
수정 2024.02.06 07:21
농식품부, ‘한식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 발표
2027년까지 매출 두 배로…전문 양성기관 8곳 확대
심사에 초점 맞춰진 지나친 퓨전 음식 우려 목소리도
정부가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식이 세계 미식 트렌드를 주도하는 산업으로 성장하도록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국내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한식의 세계화’가 성큼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한식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세계 한식 시장을 2027년까지 300조원 규모로 키우고, 미쉐린 스타급 한식당 100개를 포함해 해외 한식당 수를 1만500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한식은 최근 몇 년 동안 대표적인 한류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불고기와 비빔밥, 김치 같은 전통적인 한식은 물론 라면, 김밥, 떡볶이 등 간편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중에서도 라면은 9년 연속 수출액 기록을 경신하며 글로벌 1등 K푸드로 성장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 한 개도 없었던 미쉐린 스타 한식당은 2023년 기준 31개로, 미국 뉴욕에만 11개에 달한다.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은 매년 ‘미쉐린 가이드’를 통해 전 세계 레스토랑을 평가한다. 미식가들의 지침서에 이름을 올리는 한식당이 매년 늘고 있다.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2024년을 주도할 음식 트렌드로 한식을 꼽고,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국내 식품기업의 K-푸드 세계화 과정을 연구 교재로 채택하는 등 인기가 높다”며 “이 같은 인기가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자부했다.
국내 외식업계서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한식이 글로벌화 됨에 따라 한국으로 유입되는 관광객 규모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직격탄을 맞은 고급 한식당은 외국인이 그 자리를 채워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K-푸드의 외연 확장과 동시에 내실 강화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코리아푸드투어라는 말이 흔할 정도로 한식의 발전은 관광객 유치로 이어져 국내 외식 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정책에는 국내 한식 인력 육성 부분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유명 한식당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 외에 양질의 인력 확보로 국내 외식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나치게 퓨전화 된 한식당이 늘어나 ‘한식 빠진 한식 세계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간장으로 맛을 낸 푸아그라 요리, 밤을 넣어 만든 도넛 등 퓨전화 된 한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한식 재료를 사용한 외국 식당에 불과한데, 관련 식당이 늘고 있어서다.
이는 한식의 본질보다는 심사 자체에 맞춰진 요리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그동안 물론 외국인 관점에서 만든 미쉐린 레드 가이드 역시 한식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오랜 전통을 지켜온 궁중 한정식집보다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던 한식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럼에도 퓨전 한식이 생소한 한식 문화를 처음 접하는 타민족 고객들에게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외국인이 거리낌 없이 한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전통 한식을 더 수월하게 소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종임 요리연구가는 "미쉐린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음식에 맛도 중요하지만 여러가지 심사 요건에 부합이 돼야 한다"며 "아무래도 한식을 세계화함에 있어 장이라든지 이런게 변화하면 안 되지만 너무 전통적인것만 고집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한식이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한식 전문 인력 양성이 대표적이다.
조리학과 학생 뿐만 아니라 현직 종사자까지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현재 5곳인 한식 전문인력 양성기관을 2027년까지 8곳으로 늘린다.
해외 유명 요리 학교 5곳에 한식 조리 정규 과정을 개설하고, 한식 레시피를 체계화한다. 해외 한식당 수를 1만5000개로 늘리고, 상위 1%를 해외 우수 한식당으로 지정한다. 한식을 브랜드화 하기 위해 로고를 제작하고, 상반기 중 공개할 예정이다.
국제적인 미식 행사도 개최한다. 국내 최초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을 3월 중 개최하고, 매년 가을에는 ‘한식 글로벌 콘퍼런스’를 마련한다. 한식과 농업, 관광, 문화예술을 연계한 ‘K-미식벨트’를 조성해 체험식 미식 관광을 활성화한다.
지난 2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미국과 유럽의 각 매체가 2024년을 주도할 음식 트렌드로 한식을 꼽았다”며 “이 같은 인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메가 트렌드이자 튼튼한 국가 성장 동력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