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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아시아 외쳤던 일본 침몰 "손흥민 같은 특급 리더 필요"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4.02.05 10:31
수정 2024.02.05 10:33

후반 추가시간 이란에 PK골 내주고 역전패한 일본. ⓒ 뉴시스

개막 전 아시안컵 우승을 자신했던 일본 축구대표팀이 36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들고 가라앉았다.


일본은 지난 3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전반 28분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10분에 동점골을,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PK골을 허용하고 이란에 1-2 역전패했다.


대회 역대 최다우승국 일본은 8강 탈락으로 역대 5번째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내심 의식했던 결승 한일전은 치르지도 못하고 침몰했다.


캡틴 엔도 와타루를 비롯해 구보 다케후사, 미토마 가오루, 도미야스 다케히로 등 최정예 멤버를 소집한 일본은 막강한 유럽파들을 앞세워 우승을 노렸다. 통계 전문 매체 옵타는 출전국 24개국 중 일본의 우승 확률을 가장 높은 24.6%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8강 탈락. 1992 대회부터 단 한 번도 최종순위 5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던 일본은 8강서 탈락한 4개팀끼리 승점·득실·다득점 등을 따져 5~8위를 정한 끝에 6위에 그쳤다. 36년 만에 받은 최악의 성적표다.


선수들의 이름값만 놓고 보면 한국과 함께 최정상급이다. 그러나 특정 포지션에서 헤매는 선수(골키퍼 스즈키 자이온)가 있었고, 대회를 앞두고 목표 의식을 흐리게 하는 발언으로 결연한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선수(구보 다케후사)도 있었다. 대회 중에는 성폭행 혐의로 논란에 휩싸였던 선수(이토 준야)도 있었다.


무언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잡음을 소거하고 팀원들을 격려하며 끌고 나갈 ‘특급 리더’가 없었다는 점을 일본 언론들은 대회 실패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급 리더를 설명하면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을 예로 들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캡틴' 손흥민. ⓒ 뉴시스

손흥민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부진한 대표팀 일부 선수를 향해 팬들이 거친 화살을 쏘아대자 “선수들을 흔들지 말고 보호해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도 가족과 동료가 있다”며 주장으로서 간곡히 호소했다. 카타르 현지에서 취재 중인 일본 기자들도 이 부분을 높이 샀다.


심지어 손흥민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무색무취한 전술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때도 “모든 평가는 대회가 끝난 이후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우회적으로 감독까지 보호(?)했다.


대표팀을 위한 손흥민의 헌신은 지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2경기 연속 연장 120분 포함 매 경기 풀타임 소화하는 손흥민에 대한 체력적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때는 “나라를 위해서 뛰는 몸인데 힘들다는 것은 큰 핑계인 것 같다. 이제는 어떠한 핑계, 어떠한 힘듦, 어떠한 아픔 이런 것은 다 필요 없고 오로지 한 가지 목표만 가지고 뛰어갈 것”이라고 말하자 일본 취재진은 다시 한 번 놀랐다.


개막에 앞서 구보가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안컵을 시즌 중 개최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나에게 월급을 주는 팀은 분명히 레알 소시에다드다. 대표팀 대회는 의무 참가 규정 때문에 강제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대표팀을 대하는 태도로 도마에 올랐는데 그런 자세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짐을 싼 일본과 달리 한국은 4강전을 준비한다. 한국은 7일 오전 0시 카타르 알라이얀에 위치한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하는 준결승에서 요르단(FIFA랭킹 87위)과 리턴매치를 가진다. 조별리그에서 가까스로 2-2 무승부를 이룬 한국이 이날 요르단을 밀어내고 결승에 오르면, 이란-카타르 승자와 우승컵을 놓고 다툰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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