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완연한 회복세... "턴어라운드는 언제"
입력 2024.02.04 06:00
수정 2024.02.04 06:00
반도체 수출, 전년 동월 대비 56.2% 증가율 기록
6년 만에 최고 증가율... HBM 등 고부가가치 판매 급증
다만 삼성-SK하이닉스 "올해도 감산 및 보수적 기조"
업계 "전년보단 올해 확실한 회복세", 다소 엇갈린 전망도
반도체 업황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실적 회복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넘어 실제 지표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됨에 따라 업황 '턴어라운드'가 연내 가시화될 것이라는 확신에 찬 분위기다.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판매 제품 확대 및 감산 정책의 적절한 조절로 실적 개선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 최대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액(1월 기준)은 93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6.2%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7년 12월 이후 73개월, 약 6년 만에 기록한 최대치다. 지난해 10월 마이너스 흐름을 끊은 이후 3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는 지난달 전체 수출 실적을 끌어올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총 13개 품목 수출이 증가하며 2022년 5월 이후 최대 플러스 품목 수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해당 월 전체 품목군 수출액은 546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했다.
월 수출은 지난해 10월 플러스로 전환된 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22년 5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대(對)중국 수출도 20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며 수출 증가세를 끌었고, 품목 면에서는 반도체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의 고부가가치 메모리 판매가 확대되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조익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출입동향 브리핑에서 "메모리 가격은 지금 낸드플래시, D램이 모두 다 점점 상향하고 있어서 그 가격 요인이 하나 있고, 또 수요 요인 측면에서는 PC 교체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반등 시작
반도체 수출 물량 자체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정 수준 반등한 상태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40.1%,2분기 -34.8%, 3분기 -22.6% 등으로 점차 회복 조짐을 보인 바 있다. 이어 지난해 4분기부터는 10.4%로 플러스로 전환했고, 올해 1월에는 56.2% 증가해 완벽한 회복세를 보였다.
수출과 반도체가 긴밀히 맞물려 있는 만큼 1월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액이 27억5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35.3% 증가한 것도 이번 긍정 지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감산 전략으로 수급 상황이 개선되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것도 업황 회복의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시장조사기관 트랜스포트에 따르면 올 1월 D램 8Gb DDR4 고정가격은 지난해 9월 1.30달러에서 1월 1.80달러로 40% 가까이 상승했다. 낸드플래시 128Gb(기가바이트) 고정가격은 4.72달러로 지난해 4~9월 3.82달러 대비 20% 이상 올랐다.지난해 촉발된 생성형 AI(인공지능) 관련 수요 상승으로 HBM 등의 고부가 메모리 제품 판매 역시 크게 증폭된 상태다.
삼성전자 "상반기까지 감산 전략 유지"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감산 전략을 통해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대신 수익성 유지를 위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막대한 분기 적자를 기록했으나 시장 수요 및 재고 수준에 집중했다. 그 결과 4분기 실적이 반등세를 보였다. 반도체 사업에서 영업손실 2조1800억원 가량이 나긴 했으나, 전 분기 대비 폭이 줄고 D램 부분에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까지는 감산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전년도 4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재고 정상화 목표와 이를 위한 생산량 조정 기조엔 변함이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어 "세부 제품별 재고 수준엔 차이가 있기에 미래 수요 및 재고 수준을 종합 고려해 상반기 중에도 선별적 생산 조정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HBM(고대역폭메모리), SSD(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 판매에 주력해 1분기 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흑자로 돌려세운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수요가 치솟고 있는 제품 위주로 설비 투자도 이어간다.
이미 적자 끊어낸 하이닉스도 신중... '보수적 투자 기조' 유지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익 3460억원을 달성하며 1년 내내 이어진 적자 고리를 끊은 상태다.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을 이끈 것 역시 고부가 제품이다. HBM3와 DDR5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5배, 4배 증가한 결과다.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SK하이닉스는 현재 4세대 제품인 HBM3을 양산 중인데, 이를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 중이다. 올해 HBM3E(5세대) 주문 물량 역시 이미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안정적인 사업 운영에 방점을 찍었다. SK하이닉스 측은 "올해도 가격이 상승하고 작년 대비 높은 메모리 수요 증가율이 일단 예상되지만 보수적인 투자 기조 유지할 생각"이라며 "철저히 고객 수요에 기반한 가시성이 확보된 제품 위주로 생산 확대 및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제한적이더라도 성장성과 수익성이 담보된 영역에 투자를 집중해 과거처럼 투자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단 취지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신규라인 건설 속도조절에도 나선 상태다. 2월 재개 예정이던 청주 M15X 공장에 대한 공사 일정을 연기한 것이다. 업계는 이를 두고 반도체 시장 회복에 대비한 공격적인 투자 기조가 보다 안정적인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옮겨간 것이라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이러한 전략을 언급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와 같은 극심한 다운턴을 겪은 지금은 과거와 조금 다른 시각으로 미래를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밖에 없다"며 "급속도로 증가하는 투자비용을 부담하기 위해선 수익성과 수요 가시성이 보장된 영역 중심의 투자 의사결정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수출 호조 언제까지... "2025년까지 우상향" 공감대
업계는 반도체 업황이 전년에 비해 확실히 개선될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1월 반도체 수출 호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2~3월 월간 수출액은 1월에 비해 다소 일시적인 부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1월이던 설 연휴가 올해 2월로 늦어지며 2월 조업일수가 1.5일 줄어들기 때문이다. 3월도 휴일 등의 영향으로 조업일수가 전년대비 1.5일 감소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하반기에도 단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며 반도체 업체들에 투자에 대한 보수적 접근을 권고한 상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를 6개월 정도 선행하는 경기 선행 지표를 고려할 때 올 하반기부터 업황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2025년엔 강력한 업황 개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반도체 업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對)중국 수출 증가 및 IT업황 의 전통적 성수기가 하반기라는 점에서다. 조익노 산업통상자원부 정책관은 브리핑에서 "중국 수출의 40%를 차지하는IT 업황이 1분기는 약간 비수기고 2분기, 3분기, 4분기 갈수록 업황이 회복되고 수출이 확대되기 때문에 더욱 개선될 것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워낙 나빴는데 올초부터 기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지난해 반도체 산업의 '상저하고'의 흐름이 있었고, 올해도 상저하고로 우상향의 흐름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