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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벌 받을 짓은 꼭 당원투표"…민주당, '당심' 앞세워 병립형 회귀 수순 [정국 기상대]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4.02.02 00:20
수정 2024.02.02 00:20

이르면 오는 3일 모바일 투표 실시

이재명 등 지도부 병립형에 무게

강성 당원들 李 뜻에 힘 실을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새 PI 선포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심'을 앞세워 병립형 회귀 수순을 밟고 있다. 병립형 회귀가 현실화될 경우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을 거스르는 것이어서, 공약 파기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당원에게 책임을 미룬다는 '꼼수'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1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은 이르면 오는 3일 총선 비례대표 선거제 결정을 위한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기로 하고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오는 2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 후에 당원들에 공지한다는 방침이다.


당내에선 지난 대선에서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약속한 만큼 이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여당의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하며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선거제에 대한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병립형 회귀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 대표가 지난해 11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이후 친명계 지도부가 이에 힘을 실어왔다. '전당원투표'도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정청래 최고위원이 제안했다.


당원투표에 부칠 경우 당 지도부가 무게를 두고 있는 병립형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현 당원은 대체로 이 대표 지지자들로 구성돼 있다. 실제 이 대표는 2022년 전당대회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인 77.77%로 당선됐고, 최고위원도 모두 압도적인 당심을 바탕으로 친명계로 꾸려졌다. 이 대표 취임 후 권리당원도 늘어나 결국 당 지도부의 뜻대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답정너('답은 정해져있으니 너는 내가 하자는대로 해야해'의 줄임말)"라며 "여태 이 대표 뜻대로 되지 않은 게 뭐가 있느냐"라고 꼬집었다.


대선 공약 파기 '정치적 책임' 회피 꼼수 지적
유인태 "히틀러가 '국민만 보고 간다'고 했다"
李측근 정성호도 "국민 설득이 올바른 태도"


선거제 결정을 '당심'에 맡기면서, 결국 당 지도부가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커질 전망이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하여튼 천벌 받을 짓은 전부 당원투표를 해서 하더라"라고 지적했다.


유 전 총장은 "자꾸 전당원 투표 운운하는데 원래 전당원 투표로 간다는 게 제일 불길한 것"이라며 "히틀러가 '국민만 보고 간다'고 그랬다"고 했다. 그는 "독재가 항상 하는 소리가 국민만 보고 간다는 거고, 대의제를 무시하고 당원 투표를 한다"며 "민주당이 그 못된 짓은 다 당원 투표로 했다"고 말했다.


유 전 총장의 언급처럼, 당 지도부가 불리한 국면에서 결정을 당원 투표에 떠넘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은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창당을 전당원 투표로 정했다. 당시에도 '꼼수 위성정당' 논란의 책임을 당원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낙연 전 대표 시절인 2021년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로 생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후보 공천 여부를 전당원 투표로 정했다. 당 소속 정치인의 귀책사유로 생긴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에도 불구하고 후보를 내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탈당 선언 기자회견에서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내가 대표로 일하면서 저지른 크나큰 실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전 총장은 "이번에 또 이거 뒤집으면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그래도 이 대표를 누가 믿겠느냐"라며 "더군다나 이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그렇게 대표에 대한 불신이 강하면 총선 전망도 어두워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저런 식으로 하면, 그러니까 신뢰를 잃어버리면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끝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대표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지도부가 입장이 있다면 의원총회를 거쳐 의견을 모아서 국민들과 당원들을 설득하는 게 올바른 태도 아니냐"라며 "그냥 당원들에게 어떤 게 좋으냐고 묻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는 조금 의문이 들기는 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이같은 움직임에 소수 정당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운미래는 이날 논평을 통해 "도덕적·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민주당이 전당원 투표를 활용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더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국민의힘과 기득권 동맹으로 손잡아 선거제 퇴행을 결심해놓고는, 당원 투표를 핑계로 이를 감추려는 술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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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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