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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대출 지원, 중앙은행 역할 맞나"…한은 총재가 던진 '화두'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4.02.01 19:00
수정 2024.02.02 06:43

"본질적으로 재정정책 담당"

"중립금리 향방도 연구 필요"

"국내 연구 회피는 안타까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데일리안DB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중소기업 대출을 지원하는 일이 중앙은행의 영역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국내 경제 연구에 소극적인 학계에 대해 쓴소리를 이어갔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24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최근 통화정책의 연구과제'를 주제로 연설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금융중개지원대출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존재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은이 중소기업 대출 실적을 토대로 금융기관에 저금리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운용 규모는 약 30조원이다.


이 총재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이 특정 부문에 신용 공급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재정정책이 담당해야 할 정책금융이기에 중앙은행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반면 중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져 제로금리에 직면할 경우 중앙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금융중개지원대출이 중앙은행의 정책 도구가 될 수 있는지 근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립금리에 대한 연구도 당부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등 대내요인 때문에 중립금리가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은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투자 수요가 늘어나며 인공지능 등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서 중립금리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외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개방경제에서 대내외요인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때 중립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통화정책의 매우 중요한 요인이므로 학계 연구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그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올 하반기부터 분기별 주요경제 전망치를 발표하는데 조건부 포워드가이던스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비은행금융기관을 대출제도에 포함할지 여부 ▲대출 담보에 금융기관 대출채권을 포함할지 여부 ▲최적의 공개시장운영방식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연구를 당부했다.


이 총재는 국내 학계에 대해서 작심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에 관한 수준 높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국내 연구에 대한 평가가 신뢰받지 못해 우수한 젊은 교수들이 국내 연구를 피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주제넘은 참견 같지만 이런 현실을 개선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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