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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 승자 스테이지엑스, 통신판 흔들까

남궁경 기자 (nkk0208@dailian.co.kr)
입력 2024.02.01 13:16
수정 2024.02.01 13:20

5G 28㎓ 대역 4301억원에 낙찰...최저 경매가 대비 6배↑

"중장기적으로 통신비 인하 전망...당분간은 안내려갈 듯"

서울시 내 한 통신사 매장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스테이지엑스(가칭)가 경쟁자 마이모바일컨소시엄과의 접전 끝에 '제4이동통신사업자'로 최종 후보자로 선정됐다. 지난 2002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로 재편된 이후 약 22년 만의 새로운 이동통신사업자의 등장이다.


정부에서는 스테이지엑스가 통신시장에 새로운 경쟁을 불어넣어 가계 통신비 인하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업계에서는 5세대(G) 28기가헤르츠(㎓)의 수익화 방안이 불투명한 만큼, 당분간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는 전날 4301억원에 5G 28㎓ 대역 주파수를 낙찰받았다. 전날 50라운드 다중라운드 오름입찰 방식의 1단계 경매와 '밀봉입찰' 방식의 2단계 경매를 모두 거치면서 스테이지엑스가 최종 승자가 됐다.


스테이지엑스는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된 스테이지파이브가 이끄는 컨소시엄형태 법인으로 신한투자증권와 연세의료원, 한국과학기술원, 인텔리안테크 등이 참여 중이다. 한윤제 스테이지엑스 입찰대리인은 전날 경매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부터 저희가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정해진 룰에 따라서 잘 대응했다. 상당히 길고 힘든 경쟁이었는데 어쨌든 좋은 결과로 마무리가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입찰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다소 놀라는 눈치다. 최종 낙찰가 4301억원은 지난 2018년 이동통신3사가 낙찰받았던 2070억원대보다 2배 이상 높은 금액인 데다 정부가 정한 최저경매가(742억원)보다 6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이기 때문이다. 당초 업계 낙찰 추정치는 800억원에서 1000억원 내외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00억원도 과하다고 생각했다"면서 "4000억원은 다소 충격적인 가격표"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 역시 "정부가 제4통신사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경매 최저가를 대폭 내렸던 게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한 듯하다"면서 "실제 인프라 투자까지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금액"이라고 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이번 주파수 최종 낙찰액의 규모 보다 제4이동통신사업자 자격을 따냈다는 데 대해 의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스테이지엑스 관계자는 "단순 입찰가를 기준으로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업자 자격 획득에 큰 의미가 있다. 28GHz 주파수의 독점적 사용으로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및 기술, 부가가치를 반영한 미래가치를 고려해 경매가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는 낙찰 이후부터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스테이지엑스가 낙찰받은 28㎓ 대역은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 빨라 '진짜 5G'라고 불리지만 주파수 도달 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100m 단위로 세워야 하는 단점이 있다. 5G 28㎓ 기지국 1대당 들어가는 비용은 2000만~3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28㎓ 대역을 가져갔던 통신 3사 역시 이같은 이유로 해당 주파수를 포기했다.


스테이지엑스의 재무적 투자자로 신한투자증권이 합류하긴했지만, 기지국 구축, 네트워크 공동 이용 대가 협상 등 비용 지출할 부분이 여전하다. 업계는 스테이지엑스가 많게는 1조원 이상의 비용을 쓸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 사업에 기지국 구축, 망 관리 등 비용지출에 수억원이 소요된다"면서 "정부 금융 지원과 금융사가 함께하고 있지만, 스테이지엑스 통신사업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 많이 든다"라고 했다.


스테이지엑스가 당분간 기업 간 거래(B2B) 영역을 중심으로 사업하겠다고 뜻을 밝힌 만큼, 당분간 정부가 기대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스테이지엑스는 과학기술원(KAIST)과는 리빙랩 형태로, 연세의료원(세브란스)과는 디지털 기반 스마트병원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국내 주요 경기장과 공연장에 실감형 K-콘텐츠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해 수익성을 키울 계획을 세웠다.


시장에서도 스테이지엑스의 영향이 당분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스테이지엑스가 단기 국내 통신장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시중에 28GHz 주파수를 지원하는 스마트폰도 없을뿐더러, 전파 도달 거리가 짧아 더 많은 기지국 설치가 필요함에도 장비 성능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제4이통사 도입에 적극적인 정부 지원하에 주파수 대가 납부 방식, 정책금융, 통신설비 공동활용 등 각종 혜택을 등에 업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스테이지엑스는 국내 통신 3사의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남궁경 기자 (nkk020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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