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KO 노리면 판정승도 놓친다 [정기수 칼럼]
입력 2024.02.02 04:04
수정 2024.02.02 04:04
이재명 사퇴 → 비대위 대비 수위 조절해야
민주, 180~200석 호언 쑥 들어갔다
李, 151석 목표 잡아 엄살 효과 기대해
韓도 자세 낮추고 고전 호소하는 게 현명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사무처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총선 필승 관련 문구를 적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0석도 가능해 탄핵뿐 아니라 개헌도 가능할 것이라고 큰소리치던 민주당 인사들 말이 쑥 들어갔다.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 못 하리라는 법도 없다. 수도권도 준비돼 있다는 걸 강서에서 보여준 것이다.”
망언 제조기 정동영이 이랬었다. 보수 이회창까지 나온 대선 3파전에서 이명박에게 500만 표 이상 차로 진 사람이다. 서울 강서와 수도권 지역구들은 다르고, 보선과 총선은 다르다.
“60~70대는 투표 안 해도 된다. 집에서 쉬시라”라는 역대급 노인 비하로 ‘폐인’이 됐었던 그는 이번 총선에 이재명 공천을 받아 전주에서 부활을 꿈꾼다. 그의 나이는 출마는커녕 투표도 안 해야 한다는 70이다.
지난주 무죄가 선고된 ‘양승태 사법 농단’ 대 소동의 주역 이탄희는 국민의힘 의석수를 목표치로 정하는 ‘수비 전략’을 내놓았었다.
“우리 당 최대 목표는 국민의힘을 100석 이하로 내리는 것이다.”
민주당과 그의 2중대들이 200석 이상을 얻겠다는 말을 바꿔서 하는 머리를 썼다. 100석 이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여당에서 재표결을 막을 수 없다.
조국은 아예 탄핵과 개헌을 소원하며 200석을 기도했다.
“다양한 범민주 진보 세력, 그리고 국힘 이탈 보수 세력까지 다 합해 200석이 되길 희망한다.”
이 세 사람의 200석 타령이 나왔던 게 석 달 전이다. 그 한 달 뒤 진보좌파의 상왕이자 교주 격인 이해찬이 ‘교시’를 했다.
“민주당이 1당을 뺏길 것 같지 않고, 단독 과반을 넘기느냐 아니면 지난 총선처럼 180석을 먹느냐 그게 관건이다. 수도권에서 70석을 먹으면 154석이 될 것이다.”
1당은 확실하고 단독으로 150석을 넘겨야 하는데, 수도권에서 103석을 차지했던 지난번보다 30개 정도 덜 이겨도 180석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이다. 이해찬은 지난 대선 때부터 이재명을 밀어 왔다.
이들의 오만과 허풍이 민주당 내 비판과 우려를 자아내면서 잊혀 갈 즈음 이재명이 돌연 151석을 들고나와 진의를 의심케 했다.
“민주당이 반드시 1석이라도 더 얻어서 과반을 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절박하게 51%를 하는 것이다.”
겸손인지 엄살인지 알 수 없다. 목표로라도 200은 물론 180을 내세우지 못할 만큼 현실이 ‘엄중’하다는 뜻으로 들어도 될 것이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의식한 낮춰 잡기라는 해석도 있다. 비명계 30명은 잘라내 버리고 확실한 친명 150명(180-30)으로 이재명 방탄 정당을 이끌어 가겠다는 공천 학살 선언으로도 받아들여졌다.
공교롭게도 이재명의 151석 목표 발언 이후 민주당 쪽 선거 전략 전문가들의 패배 예측 인터뷰가 잇따라 나왔다. 이재명은 총선 실패를 이들과 교감하고 있었던 것일까?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최병천(현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이번 주 초 민주당에 이런 경고를 했다.
“이대로는 4월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 이념 지형이 보수 우위로 돌아섰고, 비수도권 지역(영남 의석수가 호남 압도)의 30~40석 열세를 수도권 지역에서 극복해야 하는 지역 구도도 민주당에 불리하다.”
그는 현재 정권 심판론이 지원론보다 월등히 높은 건 의미가 별로 없다고 일축한다. 2004년 이후 치러진 5번의 총선 중 4번을 집권 여당이 승리했고, 2016년 유일하게 여당(새누리당)이 패했는데 단 1석 차이였던 예를 기억하라는 것이다.
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이근형도 ‘박빙 열세’를 점친다. 이 전문가는 지난 총선 180석 압승 포함 3번의 2000년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여론조사 정밀 분석으로 정확히 맞췄다는 사람이다.
LG 홍보맨 출신인 그도 총선은 정당 지지도가 좌우한다는 데 동의한다.
“2020년 총선 전에 문재인 대통령 국정 평가는 긍정 여론과 부정 여론이 비슷했다. 하지만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훨씬 높았다. 그래서 민주당이 크게 이길 수 있었다.”
두 사람 다 신당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며 민주당이 피해를 더 볼 것이라고 했다. 그들이 의석은 못 얻었더라도 수도권에서 3~8%를 가져가면 민주당 후보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동훈이라는 변수가 있다. 집권 여당의 완승은 몰라도 제1당 가능성이 이 젊은 지도자의 ‘이기는 공천’과 실천 가능 민생 공약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가 너무 잘하거나 이재명을 너무 몰아붙이는 게 보수당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 살살해서 현재의 경합 우세 분위기를 유지해 가는 편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선거가 70일 남았는데 비례 선거제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때문이다. (이 대표)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재명의 신년 기자회견도 ‘테러 정치 장사’ ‘법카로 저출생 기본소득’ 등이란 말로 맹폭했다. 이렇게 코너로 밀치면 그가 결국 쓰러져 비대위가 들어서게 된다.
한동훈은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절대 낮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몸을 낮춰 고전을 호소하는 편이 현명하다. KO 승을 노리다가는 판정승도 놓칠 수 있다.
거야(巨野)의 폭정이 올해 4월 마침내 끝나길 염원하는 사람들은 그에게 다 된 밥에 코 빠뜨리지 않는 수위 조절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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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기수 칼럼리스트(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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