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발차기 ´축구팬들 뿔났다´
입력 2008.11.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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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청용의 이번 행동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1994-9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크리스탈 팰리스에서 맨유 미드필더 에릭 칸토나는 자신에게 욕설을 내뱉은 관중을 옆차기로 가격하는 불상사를 일으켰다. 당시 이 사건으로 7일간 구금형을 선고받은 것은 물론, 120시간 사회봉사 활동과 9개월 출장정지 징계를 당하며 속죄의 나날을 보냈다.
K리그에서도 이 같은 불상사가 벌어져 물의를 빚고 있다.
2일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서 열린 부산-서울의 정규리그 25라운드에서 서울 이청용이 후반 11분 부산 김태영의 하복부를 노리는 고의성 짙은 이단 옆차기를 연상케 하는 모습을 보이며 퇴장당한 것.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난 후였다.
양팀 선수들 중 일부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사건의 진위를 파악한 홍진호 주심은 이청용에게 경고 없이 레드카드를 바로 꺼내들었지만, 서울 선수들이 주심에게 다가가 격렬히 항의, 축구팬들의 더 큰 분노를 샀다.
중계를 맡았던 이상철 MBC ESPN 해설위원은 "이청용은 앞날이 창창한 선수인데 대표팀 선수답게 행동하지 못했다"면서 "선수끼리 동업자 정신이 있어야 한다. 이청용의 행동은 퇴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팀 우승이 눈앞에 있는 상황인데, 팀뿐만 아니라 본인 이름에도 먹칠한 행동“이라고 꾸짖었다.
서울 세놀 귀네슈 감독은 부산전 직후 "심판이 이청용을 미워하는 것 같다"면서도 "이청용이 프로선수로서 경솔했다. 잘못한 것은 사실이다"고 제자의 잘못을 시인했다.
부산전에서 퇴장당한 이청용은 정규리그 최종전 포항 원정경기와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 출장할 수 없어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는 서울에게는 치명타다.
문제는 이청용의 이번 행동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28일 부산전 종료 직전 상대팀 벤치 부근에서 김태영에게 악의적인 태클을 가해 퇴장당한 바 있다. 이번에도 6살이나 많은 김태영에게 폭력에 가까운 반칙을 가한 것.
당시 이 장면을 봤던 존 듀어든 <골닷컴> 아시아 편집장은 6월 30일 한 K리그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이청용의 악의적인 태클은 정말 생각 없는 선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고 질타했다.
이청용의 이 같은 행동에 분개한 축구팬들은 유명 축구 사이트를 통해 ´중징계 또는 추가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어린 선수에 대한 징계가 가혹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방승환 1년 징계´와 비교 논쟁까지 확대될 정도로 이청용을 향한 비판 여론이 뜨겁다.
K리그는 지난 시즌 팬들을 실망시키는 사고들이 빈번하게 속출, 올 시즌부터 페어플레이에 어긋난 행위를 저지른 선수에 대한 징계를 강화했다. 본보기로, 지난 4월 17일 전북-수원 2군 경기에서는 전북 공격수 제칼로가 상대팀 선수를 때리는 폭력행위로 1군 10경기, 2군 10경기 출장정지를 당했다.
이청용의 행위 역시 제칼로와 다를 바 없다. 공중볼을 따내기 직전, 김태영과의 헤딩 경합이 아닌 오른발로 상대방의 몸통을 가격한 것으로, 폭력에 가까운 행위라는 비난에 직면한 것. 이미 축구팬들의 불만이 커진 터라 이청용을 향한 추가 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청용은 ´차세대 아이콘´으로서 미래가 촉망되는 미드필더지만, 그를 쉽게 용서하기에는 방승환과 제칼로의 엄한 징계가 무색하게 된다. 특히, 김태영에게만 두 번씩이나 악의적인 반칙을 가한 데다 폭력성까지 더한 것이어서 이번 행위를 용서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20세의 이청용을 징계하는 것은 힘들고 아픈 결정일지 모른다. 그러나 K리그 이미지가 지난해처럼 실추되지 않으려면, 그에게 ‘따끔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게 축구팬들의 중론이다.[데일리안 = 이상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