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독 한국에서만 배짱 장사?…“소비자도 비판의식 가져야”[엔데믹 생존법③]
입력 2024.01.31 07:01
수정 2024.01.31 07:01
글로벌 외식 브랜드 한국 진출 활발
‘프리미엄 전략’ 앞세워 소비자 공략
국내서만 비싼 가격…'깜깜이' 가격 정책
팀홀튼 커피와 도넛 연출 사진ⓒ팀홀튼
최근 글로벌 외식 브랜드들이 한국 중심 상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외식 브랜드들이 외식 수요가 급증한 틈을 노리고 국내에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식품기업들이 아시아시장 진출을 위한 시험장으로 서울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캐나다 커피브랜드 ‘팀홀튼’이 국내 시장에 본격 발을 들였고, 앞서 6월에는 쉐이크쉑, 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 가이즈가 강남에 들어섰다.
서울에 출점하는 해외 식품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강남 상권 진입과 함께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운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과 상반된 전략인데, 이는 한국은 SNS 사용률이 높고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점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잇따라 강남을 선택하는 이유는 소비 트렌드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라며 “브랜드 홍보 효과가 클 뿐 아니라 소비 유행을 주도하는 MZ세대들이 많아 새로운 트렌드를 읽을 수 있고 이를 통한 확장도 가능해서다”고 설명했다.
파이브가이즈 햄버거 및 핫도그 이미지ⓒ파이브가이즈
문제는 유독 한국에서만 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실제로 팀홀튼은 캐나다에서 미디엄사이즈(M) 기준 블랙커피를 1.83캐나다달러(약 1795원), 아메리카노를 2.49캐나다달러(약 2440원)에 판매 중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블랙커피가 3900원, 아메리카노는 4000원이다.
커피 뿐 아니라 디저트도 경쟁 브랜드에 비해 비싼 편이다. 팀홀튼 도넛 중 허니글레이즈드 도넛은 20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던킨도너츠와 크리스피크림 도넛의 글레이즈드 도넛 가격이 각각 1500원, 1700원인 점과 비교하면 비싼 축에 속한다.
이 때문에 팀홀튼은 현지보다 비싼 가격 정책으로 국내 오픈 이후 홍역을 치렀다. 팀홀튼 측은 두바이, 싱가포르 등 다른 해외 진출 국가에선 프리미엄 카페 모델로 운영되는 것일 뿐 한국 시장만 차별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한국 소비자들 눈초리는 따가웠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파이브가이즈’도 마찬가지다. 기본 버거 단품 가격은 1만3400원이다. 감자튀김(6900원)과 콜라(3900원)를 함께 먹으면 2만4000원이 넘는다. 햄버거는 한때 ‘저렴한 한끼’로 인식돼 왔으나 해외 버거 프랜차이즈들의 잇단 진출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심지어 파이브가이즈 버거는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현지 가격보다 한국에서 13% 저렴하게 판다고 홍보했지만 주마다 가격이 다를 뿐더러 일부 주에서는 미국이 더 싼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실을 호도하는 초고가 마케팅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2022년 1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국내 1호점을 연 고든램지버거도 고가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버거 한 개 당 가격이 3만원 이상으로 책정됐다. 가장 비싼 1966버거는 14만원에 달한다. 셰이크는 세트 메뉴에 포함되지 않아 추가로 1만3000원을 내야 한다.
이는 비슷한 급의 경쟁사와 비교해 봐도 비싼 가격에 속한다. 비슷한 수제버거 브랜드인 쉐이크쉑의 경우 ‘쉑버거’ 싱글이 8400원, 패티를 더블로 올려도 1만3200원 수준이다. 기존 고든램지 버거 매장에 비해 저렴한 가격일 순 있지만, 시장 전체로 놓고 보면 여전히 비싸다.
그렇다면 글로벌 브랜드는 왜 ‘고가 마케팅’을 지속하는 것일까. 초고가 버거 마케팅의 배경에는 소득 양극화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고소득층은 고품질로 만든 버거를 원하는 한편 저소득층은 초고가 버거를 즐기면서 ‘인증샷’을 찍는 것으로 만족감을 느낀다는데 원인이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초고가 마케팅은 사회적으로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최근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식음료 업계가 초고가 마케팅을 지속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한 번은 호기심에 줄을 서서 사먹을 수 있겠지만 여러번 가서 사먹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고가 정책을 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소비자들도 비판 의식을 갖고 소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