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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외주 벗어났지만...대형 OTT 스타에 치이는 제작사들?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4.01.29 06:46
수정 2024.01.29 17:54

각 방송사는 물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등 여러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까지. 드라마 제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 제작사들의 위상도 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한때는 지상파를 비롯한 방송사가 콘텐츠 제작을 주도하면서 이들의 제작을 돕거나 콘텐츠를 납품하는 외주 제작사 역할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콘텐츠 공급 통로가 확대된 지금은 각 제작사들도 힘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에서 대형 OTT 플랫폼으로 옮겨간 권력부터 천정부지로 치솟는 스타들 몸값까지.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호소도 나오고 있다.


한 드라마 촬영 현장. 기사 내용과는 무관ⓒ뉴시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협회 사무실에서 드라마 산업의 위기와 해결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제작사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높아진 흐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 일부 톱스타의 출연료가 회당 10억원을 돌파했다며, 이것이 드라마의 질 하락을 부르고, 드라마 제작 환경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줄어든 드라마 편성까지 줄어들면서, 편성에 용이한 연기자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됐다며 출연료 가이드 라인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부 톱스타들에 휘둘리는 것은 물론, 여전히 대형 OTT들에 콘텐츠를 ‘납품’하며 플랫폼만 달라졌을 뿐 전과는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돼 전 세계 구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K-콘텐츠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지만, IP(지식재산권)를 넷플릭스에 모두 넘기는 계약 방식으로, 추가 수익을 얻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앞서는 제작사 에이스토리가 ‘SNL 코리아’ 시리즈를 연출한 안상휘 PD와 일부 제작진가 씨피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것에 대해 “안 PD는 에이스토리에 대한 업무상 배임의 불법행위를 하고 있으며 이는 상법 제401조의 2에 따른 업무집행 지시자의 책임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씨피 엔터테인먼트와 안 PD 등의 영업방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씨피 엔터테인먼트는 ‘SNL 시리즈’가 공개되던 쿠팡플레이의 자회사로, 최근 ‘SNL 코리아’의 시즌5 제작 및 공개 소식을 전했었다. 에이스토리는 해당 시리즈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배경에는 자신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었다며 “안 PD와 쿠팡의 자회사가 뒤로 손을 잡고 에이스토리의 ‘SNL’제작본부를 통째로 빼돌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SNL 코리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아직 판단이 이르다. 안 PD는 이직의 배경에 대해 “에이스토리가 제작비 상습 연체 등 부당 행위를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계약 만료에 따른 이직에도 70억 원의 이적료를 요구하는 등 노예 계약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SNL 시리즈’는 안 PD가 과거 tvN 재직 시절부터 꾸준히 제작해 온 시리즈로, 에이스토리가 ‘SNL 코리아’ 시리즈에 자신들의 지분을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갑질’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없지 않다.


다만 제작사들이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IP를 가지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해 나가거나 또는 협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불가능하다는 토로가 나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상황도 어려워져 전처럼 드라마, 예능을 적극적으로 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많은 제작사들이 대형 OTT에만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제작사들의 자체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스타, 대형 OTT에 의존하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며, 색다른 시도를 통해 성공 공식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든 콘텐츠가 넷플릭스 등 다른 플랫폼에 IP를 넘기지 않고 성공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될 수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은 이러한 시도들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참신한 기획과, 또 색다른 캐스팅 등 기존과는 다른 시도를 통한 성공 사례들이 자주 나와야 환경이 개선되지 않을까”라고 짚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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