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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 190번 찔렀는데 '우발적 범행'이라고 감경?…"국민 법감정에 괴리" [디케의 눈물 167]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4.01.25 05:18 수정 2024.01.25 05:18

피고인, 결혼 약속한 연인 190차례 찔러 살해혐의 기소…1심 "층간소음 스트레스로 우발적 범행"

법조계 "우발적이라면 서너번 상해로 그쳤어야…190번 찔렀는데 우발적? 매우 부적절"

"시신, 피해자 부모에게도 못 보여줄 정도로 참혹…검찰, 양형부당 항소해 형 높여야"

"진술번복 등 살인동기 의심할 사정도 충분…국민 법감정과 괴리 있는 판결 매우 아쉬워"

가해자 A씨와 피해자 B씨.ⓒJTBC '사건반장' 캡쳐

결혼을 약속한 연인을 수차례 찔러 살해한 남성이 심신미약과 우발적 범행이었던 점 등이 참작돼 1심에서 구형량보다 적은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선 피해자를 190차례나 찔러 잔혹하게 살해했고 진술번복 등 살인동기를 의심할 사정이 있음에도 재판부가 우발적 범행으로 본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민 법감정과 괴리가 있는 판결인 만큼 검찰에서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해 형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1부(김신유 지원장)는 최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28)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7월24일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한 아파트에서 20대 여성 B씨를 집에 있던 흉기로 190여회 이상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결혼 날짜를 잡고 B씨와 동거 중이던 A씨는 "이웃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는 와중에 B씨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당시 시신이 참혹하게 훼손돼 병원에서도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시신을 보여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 범행이 매우 잔혹하고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과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층간 소음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던 중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고 경찰에 곧바로 신고한 데다 유족보호금을 피고인 가족이 지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유족은 "딸이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건 가해자의 주장일 뿐이다"며 가해자가 집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탄 시점부터 범행을 신고하기까지는 약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계획된 범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사건 초기 프로파일러 앞에서 구체적으로 진술한 범행 동기와 190번이나 찌른 점 등을 보면 과연 우발적 범행으로 보는 게 타당한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또한 피해자지원제도를 통해 지원받은 유족보호금은 우선 국가에서 지원해 주고 피고인 측에 구상하는 것인데 이것을 양형요소로 판단한 것은 굉장히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그러면서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점이 참작되려면 서너 번 찌른 정도로 그쳤어야 한다. 190차례나 찔러 시신을 피해자 부모에게도 보여주지 못할 정도로 참혹한 상해를 입혔다면 결코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검찰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여 형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심목)는 "200회에 가까울 정도로 피해자를 찔러 살해했다는 점은 범행의 잔혹성을 고려하면 가중요소가 될 수밖에 없음에도 양형에 크게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며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는 큰 고통을 느꼈을 것이고 사체도 훼손된 만큼 유족들에 대한 정신적 피해도 굉장히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양형 요소 부분에서 부당한 부분이 있는 만큼 항소심에서는 검찰 구형량에 가까운 형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우발적 범행인지 여부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징역 17년은 기본양형을 살짝 상회하는 정도로, 판결내용에서 우발적이라고 한 점이나 유족보호금을 지급한 점이 감형사유로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다만 피고인의 진술번복 등 살인동기를 의심할 사정이 있었는데 판결이유가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가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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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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