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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 우루루 몰려갈 것"…박지원의 고도의 이준석 비꼬기? [기자수첩-정치]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4.01.18 07:00 수정 2024.01.18 07:00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데일리안 DB

16일 발표된 한동훈표 국민의힘 총선 공천룰을 두고 벌써부터 물밑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 쪽에서는 중진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며 강한 반발을 예상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10% 수준의 낮은 현역 컷오프 비율로 인적 쇄신이 가능하겠느냐는 반대 의견이 상존한다.


이런 가운데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돌연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에게 축하를 건넸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 경선 득표율 15% 일괄 감산' 규정으로 현역 중 이탈자가 많아지고 이준석 신당으로 "우루루 몰려갈 것"이라는 게 요지다. 박 전 원장은 "개혁신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 기호는 3번, 선거 국고보조금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15%라는 수치가 '정량' 감산이라면 어마어마한 수치가 맞다. 하지만 '최종 득표율의 15%'다. 만약 경선에서 40%의 득표율을 올렸다면 6%p가 줄어 최종 34%를 기록하는 식이다. 초박빙 접전이 펼쳐지는 지역이라면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치지만, 지역구 3선 이상 현역 의원과 당내 경선에서 그런 접전을 펼칠 수 있는 도전자는 사실 거의 없다.


더구나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한 당내 경선은 그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경선의 특성상 선거운동은 주로 당원들을 상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도전자는 당원이 누군지도 알기 어렵다. 반면 의원은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의 핵심 당원들을 줄줄이 꿰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이 직접 가입시킨 당원들도 부지기수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기초단체장·지방의원들의 간접 지원도 받을 수 있다. 하물며 초선도 이럴진대 한 지역에서 10년 이상 버틴 터줏대감은 오죽할까.


일각에서는 15% 감산을 내심 반기는 중진의원이 많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밀실에서 이유도 모른 채 경선조차 못해보고 배제되는 일은 최소한 없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핸디캡을 안고도 승리한다면 '텃밭 중진'이라는 오명을 벗고 실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 중진의원은 "고수가 하수를 상대할 때 접바둑을 두거나 차·포는 떼야 공정한 게 아니냐"며 "15% 감산으로 불안에 떠는 3선 의원이 있다면 그만두는 게 낫다"고 했다.


실제 17일 한동훈 위원장과 만난 4선 이상 중진들은 공천룰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한다. 경선 득표율 감산 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었다. 회동에 앞서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페이스북에 "비교적 빠른 시기에 원칙과 기준을 정한 당의 시스템공천 도입을 높이 평가하며 존중한다"고 적었다.


이쯤 되면 의구심이 든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 전 원장이 이러한 현실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천학살을 우려한 영남 중진들의 이탈을 기다리며 이삭줍기를 하려던 이준석 위원장을 반어법으로 비꼰 게 아닐까. "개혁신당으로 우루루 몰려갈 것" "원내교섭단체 구성" "기호 3번에 국고보조금도 많이 나올 것" 등의 발언에는 진짜 축하의 의미보다는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냉소적인 뉘앙스가 더 강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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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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