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떠나는 김진욱 공수처장…직접기소 유죄 한 건도 없어
입력 2024.01.15 03:05
수정 2024.01.15 08:42
19일 퇴임 김진욱 처장, 검찰과 차별화 강조했으나…수사성과 못냈다는 평가
공수처 출범 후 3년간 직접기소 사건 총 3건…2건 무죄 선고, 1건은 재판 진행 중
수사 편향성 논란 거듭되면서 정치적 중립성 확고히 다지지 못했다는 비판도
내부 인적기반 충실히 못 다진 점도 아쉬워…1기 임용검사 13명 중 11명 사표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19일 퇴임한다. 김 처장은 성역 없는 고위공직자 비리 척결을 기치로 내걸고 취임했지만 '직접기소 0건', '체포·구속 영장 모두 기각' 등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조직을 떠나게 됐다. 아울러 후보추천위원회가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자를 추려내지 못하면서 공수처는 출범 3년 만에 지휘부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15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처장은 오는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임식을 열 예정이다.
판사 출신인 김 처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1년 1월 21일 임기 3년의 초대 공수처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김 처장은 인사청문회 답변과 취임사 등을 통해 "인권 친화적인 수사를 하겠다"며 "비판을 받아온 (검찰의) 기존 수사 관행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했다.
검찰의 기소독점권 견제 등을 명분으로 탄생한 조직의 초대 수장으로서 검찰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과의 차별화'를 강조하는 동안 정작 수사기관의 본령인 '수사'에서는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부족한 인력으로 검찰 특수부급의 고난도 수사를 맡아야 하는 데다 법적으로 수사 대상자와 혐의 등이 제한되는 등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수사 실적에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3년간 직접 기소한 사건은 총 3건인데 2건은 1심 내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1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 유죄 선고는 0건이다. 피의자 신병 확보를 위해 법원에 청구한 체포·구속 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결과적으로 '판사 출신 처장·차장 체제가 수사기관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던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지 못한 채 떠나게 된 셈이다.
공수처 수사를 둘러싼 '편향성 논란'이 거듭되면서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다지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공수처가 여야 갈등 속에 현 야권 주도로 설립됐고 이후에도 현 야권의 고소·고발이 공수처로 집중됐다는 점에서 이를 지휘부만의 잘못이라고 평하긴 어렵다.
그러나 김 처장 본인도 공수처 검사 임용 전 피의자인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직접 면담 조사하면서 조서를 남기지 않고, 이 지검장의 과천청사 출입 때 자신의 관용차를 제공해 '황제 조사' 논란을 부르는 등 의구심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역설적으로 '인권 수사'를 지향하는 공수처가 정치인, 언론인, 일반인의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받는 일도 있었다. 적법 과정을 거쳤으나 수사 목적과 동떨어진 조회 사례가 나오면서 '사찰'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김 처장은 상호 견제를 위한 '수사와 기소 부서 분리'를 공수처의 차별점 중 하나로 내세웠는데, 지난해 12월 수사 인력 확보를 위해 공소부를 폐지하고 수사 부서가 직접 공소 유지를 맡도록 직제를 개편하면서 약 3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공수처와 검찰이 원만하게 협력·공존할 수 있도록 법 규정을 정비하는 과제도 김 처장 임기 내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도 공수처가 수사해 검찰에 넘긴 사건을 검찰이 '수사 미비'를 이유로 공수처에 다시 돌려보낼 수 있는지를 놓고 양 기관이 갈등을 빚고 있다.
리더십을 발휘하며 내부 인적 기반을 충실히 다지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공수처 1기로 임용된 검사 13명 대부분은 임기 만료 전 사표를 내고 떠났다. 현재까지 조직에 남아있는 사람은 두 명뿐이다.
김 처장 퇴임 이후 지휘부 공백 사태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다. 후보추천위의 후보자 선정과 이후 대통령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 등 임명 과정을 고려하면 최소 한 달 넘는 공백이 우려돼서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지난 10일 열린 6차 회의에서 후보자에 대한 표결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다음 7차 회의 일자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김 처장은 여권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김태규 후보자(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천 대법관 임명으로 후보추천위 표결 결과에도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높다.
현재까지 후보추천위에서 5표를 받아 최종 후보에 오른 사람은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뿐이다. 김 부위원장과 판사 출신 이혁·한주한 변호사는 지난 5차 회의에서 각각 4표를 받아 유력 후보에 올랐다.
추천위원 변경 이후 2명의 후보군이 추려진다 해도 대통령의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공수처 지휘부의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