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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김포골드라인, '지옥철 골병라인' 오명 벗을까 [데일리안이 간다 4]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4.01.13 05:02
수정 2024.01.13 05:02

데일리안, 12일 출근길 '김포골드라인' 탑승해 혼잡도 체험…열차 혼잡도 여전히 '지옥철'

승객들 "걸포북변역부터 승객 점점 많아지다 풍무역서 절정…퇴근시간 더 심각해 일부러 늦게 타"

"여성 승객 중엔 숨 가쁘게 쉬는 사람도…지난 해보다 안전요원 늘어난 것 같지만 아직도 난장판"

전문가 "버스 탑승 유도? 출퇴근 패턴 바꾸기 어려워…증차되는 동안 경제적 인센티브 줘야"

12일 오전 출근길 김포공항역. 김포골드라인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대기하고 있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지난해 수많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김포골병라인'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지옥철,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는2024년 새해에도 여전했다. 지난해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정부에서 갖가지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들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골드라인 증차와 함께 대체교통수단으로 수요가 흡수될 수 있도록 버스 요금 대폭 할인 등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 데일리안이 출근시간 김포골드라인을 체험하기 위해 종착역인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오전 7시 20분. 역사 내부는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포공항역에 도착하자마 탑승객들은 튕겨나오듯 열차에서 뛰쳐나와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이 이어졌고 이들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음 열차가 도착했고 같은 상황이 또 한번 연출됐다.


기자는 열차 내부 상황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7시 35분 구래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서울 반대 방향인 구래역까지 가는 동안 승객은 거의 타지 않았고, 빈 좌석도 많이 있었다. 종점까지 걸린 시간은 약 30분. 8시 6분 구래역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다음역인 양촌역이 종점이지만, 출근시간대에 양촌역~구래역간 열차는 미운영돼 구래역이 종점 역할을 하고 있다.


열차 도착과 동시에 승객들은 좌석을 향해 달려갔고, 5초도 지나지 않아 빈좌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장기역부터 승객이 더 타기 시작하더니 걸포북변역에서는 객실의 3분의 2 정도 공간이 가득 찼다. 사우역부터는 출입구 앞까지 승객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말 그대로 '콩나물시루' 상황이 연출됐다. 한 남성은 "들어갈게요"라며 이미 꽉 찬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기도 했다. 8시 36분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뒤에야 숨 막히는 객실을 벗어날 수 있었다.


(좌)구래역 스크린도어에 김포골드라인 운행 안내 메시지가 붙어있다, (우)김포골드라인 열차 내부에 승객이 가득 차 있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열차가 김포공항역에 도착하자 승강장에는 조끼를 입은 안전요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뛰쳐나가는 승객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안전봉을 흔들며 인파를 관리했다. 쏟아지는 승객에 지친 듯 안전요원들의 표정에서도 피로가 느껴졌다. 승강장 가장자리에는 응급처치 부스가 설치돼 있었고 2명의 응급요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장기역에서 열차를 탔다는 20대 남성 이모씨는 "출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7시~9시 사이에 열차를 타는 편이다. 걸포북변역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타는데 풍무역에서 절정에 치닫는다"며 "퇴근시간대도 출근시간이랑 큰 차이는 없다. 오후 4시부터 7시까지는 사람이 너무 많아 회사 근처에서 운동을 하고 일부러 늦게 탄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김모씨는 "매일 아침 사우역에서 열차를 타는데 객실에 사람이 미칠 듯이 많다. 출근길이라 다들 예민해 소리 지르고 싸우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김포공항역에 내리면 숨을 가쁘게 쉬고 있는 여성도 많다. 지난해보다 안전요원이 더 늘어난 것 같기는 한데 여전히 난장판 그 자체"라고 말했다.


40대 남성 정모씨는 "그래도 오늘은 조금 편하게 온 편이다. 열차에 사람이 너무 많아 발 밟히고 부딪히는 건 일상"이라며 "김포공항역에 내린다고 끝이 아니다. 출근하려면 9호선 열차로 갈아타야 하는데 지옥철의 연속"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좌) 김포골드라인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환승을 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우) 김포공항역 승강장 내부에 응급처치 부스가 설치돼 있다.ⓒ데일리안 박상우 기자

이렇듯 김포골드라인이 혼잡한 이유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2량 열차만 운행이 가능하도록 작은 규모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실제 김포골드라인 일부 구간에서는 출근 시간대 최대 혼잡도가 289%를 기록하기도 했다. 입석 승객 정원이 116명인 열차(2량)에 336명이 탑승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건·사고도 끊이질 않는다. 김포시에 따르면 지난 9월 4일부터 11월 24일까지 평일 출근 시간대에 골드라인 열차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는 135명에 달한다. 52일간 하루 평균 2.6명의 응급환자가 발생한 셈이다. 체력이 약한 노약자나 어린이가 탑승할 경우에는 인명사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에 김포시는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버스 탑승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김포시와 김포공항역 사이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고 운영 중이다. 버스 운영 이후 3%가량 김포공항역에 하차하는 승객이 줄었다는 통계도 나왔으나 시민들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버스 탑승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승객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경우 한양대학교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김포골드라인 혼잡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수용 용량을 늘리는 방법 외엔 없다. 그러나 열차를 늘리는 건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만큼 단기적인 방법도 동원돼야 한다"며 "김포시가 시민들의 버스 탑승을 유도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약하기 때문이다. 출퇴근 패턴을 바꾸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인 만큼 파격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골드라인 증차가 진행되는 1~2년 동안은 버스 요금을 절반으로 내리는 식으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시민들이 느꼈을 때 파격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이들의 출퇴근 패턴을 바꾸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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