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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화된 군사합의…군, 못했던 훈련 다시 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4.01.10 03:00
수정 2024.01.11 10:50

"각 군별로 훈련 계획

수립·조정·시행해 나갈 것"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병사들이 K9 자주포 방열 훈련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북한의 지속적인 합의 위반으로 2018년 도입된 9·19 남북 군사합의가 무력화된 가운데 우리 군은 '훈련 정상화'를 거듭 예고했다.


군사합의에 따라 설정된 '적대행위 중지구역' 여파로 접적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밀도 있는 훈련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만큼, 대비태세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적대행위 중지구역 무력화에 따라 각 군별로 어떤 훈련을 계획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각 군의 제대별 연간 훈련계획 또는 부대 운영 여건, 전투 근무 지원 역량 등을 고려해 훈련 계획을 수립·조정·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리 군은 전날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적대행위 중지구역이 백지화됐다며 훈련 정상화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 5일부터 사흘 연속 이어진 북한의 서해상 포사격이 적대행위 중지구역에서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남북은 군사합의에 따라 '해상완충수역'에선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비행금지구역'에선 공중정찰을 중지하는 적대행위 중지구역을 설정한 바 있다. 아울러 육상에선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 각각 5㎞ 구간에서 적대행위를 멈추기로 했다.


하지만 합의 도입 이후 위반을 거듭해 온 북한은 지난해 군사정찰위성 도발까지 감행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비행금지구역에 한해 효력정지 조치를 취했고, 북한은 사실상의 합의 파기 선언으로 맞받았다.


윤 정부가 해상완충구역의 실효성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연초부터 서해상에 포사격을 감행했다. 합의 파기에 따라 감시초소(GP) 복원 등 각종 후속 조치를 이어오던 북한이 해상완충구역을 대놓고 무시한 셈이다. 이에 우리 군은 북한 군사행동으로 적대행위 중지구역 무력화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이 (지난해) 군사합의 파기 선언 이후 지난 3일간 서해상 적대행위 중지구역에서 사격을 실시함으로써 적대행위 중지구역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군도 기존의 해상 및 지상의 적대행위 중지구역에서 사격 및 훈련 등을 정상적으로 실시해 나갈 것"이라며 "지상과 동·서해에 적대행위 중지구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전 대변인은 "군사합의로 인해 (군사분계선) 5㎞ 이내에서의 대규모 연대급 기동훈련이나 포병사격훈련 또 해상훈련 등이 제한받았던 부분이 있다"며 "전방부대가 접적지역에서의 대비태세를 갖추는 데 다소 제한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 대한 해소가 이루어지고 각 부대별로도 보다 나은 여건에서 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례로 우리 군은 적대행위 중지구역 설정에 따라 백령도·연평도 등에 배치된 K-9 자주포, 전차 등을 배에 실어 내륙으로 옮긴 뒤 사격훈련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적대행위 중지구역이 무력화된 만큼, 올해부턴 현장에서 훈련이 진행될 전망이다.


육군의 경우, 전방 사격훈련장을 전면 개방하고 군사분계선 5㎞ 밖에서 실시해 온 포병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정상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해군 역시 해상완충구역 영향으로 충남 태안 서쪽 해상 이북에서 삼가온 사격 및 기동 훈련 등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적대행위 중지구역 무력화와 군사합의 파기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전 대변인은 "군사합의 전면 파기와 관련해선 답변드릴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관련 부처 간 논의나 협의가 필요할 사안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부 주도로 국무회의 비준 절차를 매듭지은 바 있다. 이에 따라 군사합의 효력정지 관련 법률 검토도 통일부가 맡아왔다.


지난해 국방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군사합의 1조 3항(비행금지구역)에 대한 효력정지 역시 통일부 등 유관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진행됐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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