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1인분 200g은 전설에서나”...외식도 슈링크플레이션
입력 2024.01.10 06:43
수정 2024.01.10 06:43
중량 표기하는 고기류 제외하면 소비자 확인 어려워
메뉴‧상권‧점주 따라 중량‧가격 천차만별…규제 적용 힘들 듯
작년 말 식품업계 슈링크플레이션에 이어 이번에는 외식업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고물가 장기화로 소비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가격 인상 보다는 양을 줄이는 외식업소가 늘고 있어서다.
10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고기구이 전문 프랜차이즈의 삼겹살 1인분 중량은 150~180g 수준이다.
과거에는 ‘돼지고기 1인분=200g’이 이른바 ‘국롤’로 인식됐었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중량이 20% 이상 줄었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여전히 200g을 1인분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가격은 2만원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강남, 홍대, 상수 등 서울 시내 주요 상권에서는 1인분 중량이 130g까지 낮아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일고 있다.
가격은 그대로 두되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은 작년 말 식품업계에서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물가 안정을 꾀하는 정부의 강한 압박에 가격 인상 대신 양을 줄인 상품들이 대거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지탄은 물론 정부의 지적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9개 품목, 37개 상품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확인됐다. 해당 카테고리 1위 업체를 비롯해 대기업 식품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에서는 제품 포장지에 용량 변경 사실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최근 외식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슈링크플레이션은 식품업계처럼 규제를 통한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식업계의 경우 메뉴나 상권, 점주에 따라 중량과 가격이 천차만별인 데다 영세한 업장이 많아 단속이나 가격 모니터링이 어렵다는 것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삼겹살 같은 고기류의 경우 메뉴판에 중량이 표기돼 있으니 소비자들도 양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지만 다른 메뉴는 직접적으로 확인이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가격 부담으로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 보니 양을 줄이는 편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역 카페나 SNS 등에서는 주요 맛집의 음식 양이 줄었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가령 “감자탕에 들어가는 등뼈고기 덩어리 개수가 줄었다”, “예전에 비해 포장용기의 빈자리가 늘었다”는 식이다.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이에 일부 외식업체들은 1인분 당 중량을 줄이는 대신 세트 메뉴로 메뉴 구성을 바꿔 대응하기도 한다. 고기구이 전문점의 경우 성인 2~3인분이 먹을 수 있는 모듬세트(400~500g)를 만들어 판매 단가를 높이는 식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관계자는 “고기구이 전문점에서는 고기 가격이 원가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고기와 다른 사이드 메뉴를 한 데 묶어 원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가성비 메뉴로 입소문을 타 인기를 얻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