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은 중요치 않다"…모습 드러낸 '한동훈표 인재론'
입력 2024.01.09 00:00
수정 2024.01.09 00:00
회동 이틀 만에 '이상민 의원' 입당 이끌어
'교육개혁' 뒷받침할 인재 포함해 분야별
전문가 폭넓게 영입…"나라사랑이 곧 정치"
당내 "편견 없는 시각이 업무에 반영" 평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상민 의원 영입에 성공하면서 외연확장의 포문을 열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교육개혁의 성공을 위해 교육계 인사들을 폭넓게 영입하는 모습으로 현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비치기도 했다. 지난해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 이후 풀리지 않았던 인재영입에 대한 확장성을 이뤄낸 한 위원장을 향한 당내 기대감도 점점 높아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던 5선 이상민 의원은 8일 국민의힘 입당에 전격 입당을 선언했다. 지난 6일 한 위원장이 이 의원과 서울 모처 식당에서 회동을 한지 이틀 만에 이뤄진 입당이다. 이 의원은 입당을 위해 참석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자리에서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온다는 생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을 하게 됐다"며 "대한민국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중요한 정치세력에 합류하게 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의원의 입당이 상징적인 이유는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국민의힘의 인재영입 외연이 확대됐단 점이다. 소위 개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들과 친명계의 망동에 시달리던 이 의원은 지난달 3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민주당은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돼 딱 잡아떼고 버티며 우기는 반상식적이고 파렴치하기까지 한 행태가 상습적으로 만연됐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의 거취는 한 달간 불투명했다. 심지어 이 의원이 지난달 6일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김기현 대표는 언론에만 (빅텐트) 얘기하지 말고 전화라도 한 통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은 뭐하는 거냐. 인재가 여기 이렇게 있는데"라고 토로했음에도 국민의힘으로부터의 접촉은 전무했다. 오히려 이 의원은 같은 달 11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회동하며 신당에 합류가 유력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이 같은 문제를 취임 14일만에, 회동한지 이틀 만에 풀어냈다. 한 위원장은 이 의원의 입당을 반기며 "권력에 맞서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 의원의 고뇌와 용기를 존경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이 의원과 나, 우리 동료당원과 지지자들이 모든 이슈에서의 생각이 똑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킨다는 우리 당 테두리 안에서 서로 존중하고 품격 있게 토론하겠다"고 추가적인 인재영입에 대한 의중을 감추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 민주당에서 대표적인 비이재명계로 꼽히던 이 의원의 여당 합류가 앞으로 혁신계 의원들의 행보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한 위원장의 인재영입에 대한 시각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입당 및 영입환영식에서도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새롭게 영입한 정성국 전 한국교총 회장, 박상수 변호사 등 인재 2명에 대한 소개와 환영식을 실시했다. 또 두 차례 발표됐던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구자룡 변호사 등 영입인재 12명에 대한 입당식도 진행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영입인재들을 환영하며 "국민을 위해 공적인 영역에서 특히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덕목이 무엇을 해야할지 알고, 그 일을 잘 설명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부패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아주 오래전 페리클레스가 한 말"이라며 "오늘 우리가 모신 이 국민의힘 인재들은 모두 카테고리에 정확히 부합되는 분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는 그런 좋은 분을 모셔서 국민께 잘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한 위원장이 이날 영입인재들을 소개하면서 인용한 페리클레스의 어구에서도 인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알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 제국의 초대 지도자였던 페리클레스는 당시 태동되기 시작했던 고대 민주주의 사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지도자다.
막 민주정으로 바뀐 아테네의 첫 번째 지도자가 된 페리클레스는 전국민을 납득시킬 만한 연설 능력으로 일반 대중들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30년 동안 아테네의 정치·철학·예술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은 물론 해상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 경제적인 분야에서의 성공도 이룩했다. 특히 페리클레스는 인재 영입에 있어서 차별을 두지 않은 점이 강점으로 꼽히는 위인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한 위원장이 당에 들어오고나서 모든 일들이 속도감 있게 해결되고 있다. 이 의원을 한 방에 영입하는 것을 보라"며 "기존 여의도 문법과 다른 개념으로 접근한 것도 유효하지만, 한 위원장이 평소에 갖고 있던 편견 없는 시각이 업무 스타일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