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불닭의 어머니', 라면시장 호령하는 여성 CEO"
입력 2024.01.09 06:53
수정 2024.01.10 10:17
매운볶음밥에서 아이디어 얻어…"지난해 라면시장 66조"
불닭볶음면을 만든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외신에 ‘한국 드라마에 나올 법한 인생’이라고 소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그룹 회장가문에 시집가서 전업주부로 살다 1990년대 말 위기를 맞은 삼양그룹에 입사해 회사를 살려낸 인물이다. 특히 그가 만들어냈다고 알려진 ‘불닭볶음면’이 미국 라면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전 세계라면시장이 2010년대부터 점점 커져 지난해엔 50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까지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중 상당 부분은 그동안 라면을 소비하지 않았던 미국 시장에서 발생했다. 월마트와 코스트코 측은 삼양의 불닭볶음면이 미국 라면시장 확장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라면’으로 알려진 이 라면이 비교적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소비자들은 라면을 더이상 ‘싸구려 음식’으로 인식하지 않고, 하나의 음식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월마트 측은 불닭볶음면이 미 소비자에게 가장 유명한 라면인 ‘마루찬’이나 ‘닛신’보다 약 3배 비싸지만,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며 이를 매대에 전면 배치해 놓고있다고 밝혔다.
WSJ는 불닭볶음면 성공의 중심에는 김 부회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매운맛으로 유명한 볶음밥 집을 방문해 식사를 하던중 손님들이 그릇을 깨끗이 비운 것을 보고 이를 라면 버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김 부회장은 소비자들이 극한의 매운맛을 선호한다고 분석했고, 매운 라면을 만들기 위해 몇 달간을 노력했다. 그는 “'불닭볶음면 실험' 초창기에는 너무 매워서 라면에 거의 입에도 못댔다”며 “그러나 오랫동안 먹다보니 점점 친숙해졌고, 나중에는 계속 생각났다. 이것을 출시하면 성공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불닭볶음면은 2020년대 초반부터 미국 내 유명 유튜버들에게 소개되며 입소문을 탔다. 초창기엔 ‘매운 라면 먹기 도전’ 등의 영향으로 '엽기 음식'이라 알려졌지만, 점차 소비자들이 불닭소스 본연의 맛에 주목하기 시작해 두터운 매니아층이 형성됐다. 이후 블랙핑크나 BTS 등 K팝 스타들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등에 소개하며 최근 판매량을 급증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자 전중윤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다. 1998년 삼양식품에 영업실장으로 입사한 뒤 영업 본부장, 전무 등을 지내다 2020년 3월 오너 일가의 횡령 스캔들에 휘말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는 이후 2021년 12월 부회장직에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