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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맥은 아재술”…‘Z세대’ 높아진 장벽 허물기 나선 주류업계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4.01.05 06:03 수정 2024.01.05 06:03

코로나19 이후 ‘헬시 플레저’ 유행

롯데칠성음료, 전용 맥주‧소주 선봬

주류업계, 오프라인 마케팅 놓고 고민

크러시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롯데칠성음료

주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술 소비문화가 크게 바뀌면서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술자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가 유행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지속하는 모양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레스토랑, 식당 등에서 판매되는 영업용 맥주 판매량은 2018년 7억400만ℓ(리터)에서 2022년 5억9600만ℓ로 15.4% 감소했다.


소주도 마찬가지다. 영업용 소주 판매량은 같은 기간 7억4600만ℓ에서 5억8500만ℓ로 21.6% 줄었다.


‘양’으로 마시던 술 문화가 ‘질’로 바뀐 데다, 체중 감량에 신경 쓰는 Z세대가 크게 늘면서 맥주를 예전보다 기피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를 과시하는 문화 역시 확산하면서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낮은 맥주의 매력이 떨어진 것도 배경이 됐다.


반면 위스키 소비는 꾸준하게 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집계된 위스키류 수입량은 2만8391t(톤)이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2만4716t)보다 14.9% 증가한 수치다. 위스키 수입량은 올해 사상 첫 3만t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과거만 하더라도 위스키는 ‘아재 술’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분위기가 반전됐다. 가정 시장을 공략하는 ‘하이볼’ 마케팅에 속도를 내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독주라는 이유로 위스키를 기피하던 소비층에게 위스키를 즐기는 다른 방법을 제시해준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유통망을 넓히는 데에도 주력하면서 재미를 봤다. 영업조직 재편을 통해 대형마트,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입점을 확대하며 소비자 접점 늘리기에 공을 들였다. 이밖에 휴대가 용이한 소용량 제품 출시 확대 등 소비 지형을 바꾸고자 노력했다.


위스키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업체들이 다양한 음식과 조화로운 하이볼 시음 방식을 전파하면서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술로 거듭나게 됐다”며 “코로나 이후 위스키가 젊은 세대의 문화로 정착하면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러시 포스터ⓒ롯데칠성음료

상대적으로 소주, 맥주를 취급하는 주류 업체들은 울상이다.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예 젊은 층을 겨냥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맥주 부활’에 안간힘을 쓰고 있기도 하다. Z세대를 잡아야 미래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롯데칠성음료가 대표적이다. 롯데칠성은 아예 Z세대를 겨냥한 전용 맥주를 출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롯데칠성은 올해 과제를 맥주 포트폴리오 강화로 잡았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최근 1년 2개월 여간 공 들여 신제품 ‘크러시(KRUSH)’를 선보였다.


소주 ‘새로’의 성공으로 분위기를 탄 롯데칠성음료가 이번에는 맥주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고 반등을 노리고 있다. 소주시장에서의 활약에 더해 맥주까지 자신감을 대폭 확장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크러시를 전면에 앞세워 ‘Z세대’를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크러시는 2020년 클라우드 생드래프트 출시 이후 3년 만에 시장에 나온 맥주 신제품이다. 알코올 도수는 4.5도로 경쟁사 주력 제품과 도수를 맞췄다. 여기에 올몰트 맥주임에도 탄산감이 높고 라이트한 느낌을 살려 젊은층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최근 식품의 경우 세대별로 타깃팅 된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맥주는 젊은 세대에 선택지가 없다는 것에 착안해 젊은 ‘Z’세대가 선택할 수 있도록 크러시 제품을 개발했다”며 “브랜드 경험을 중요시 여기는 젊은 세대를 위해 최근 진행한 플래그십 매장과 같이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칠성음료는 젊은층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크러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매장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브랜드 특성을 강조하는 한편, 시원하고 청량한 분위기를 느끼도록 빙산 모형, 크리스털 조명 등 여러 조명과 소품을 활용해 꾸몄다.


앞서 2022년 9월 롯데칠성음료는 MZ세대를 겨냥한 소주 ‘새로’를 출시해 대박을 치기도 했다. 음료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제로슈거 콘셉트를 주류에 접목해 기존 제품보다 당 함유량과 칼로리를 낮췄다. 10%대에 머물렀던 소주 시장 점유율을 20%를 넘겼다.


이에 따라 경쟁사들도 Z세대의 주류 소비문화 변화에 맞춰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제품보다 경험과 공간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가 성수·홍대·강남 등 핵심 상권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며 오프라인 접점을 늘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향후 Z세대를 끌어모으는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이 깊은 모양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요즘 모든 활동이 MZ에 맞춰져 있다”며 “아직 사업계획 중이라 구체적이진 않지만 두껍상회를 버전업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큰 틀에서 보면 지난해와 큰 변화 없이 젊은 소비자들이 주인공이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을 벌이고, 작년 여름에 인기를 끌었던 카스 레몬 스퀴즈처럼 다양한 입맛과 취향을 공략하는 노력을 계속 기울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제품을 보유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다채로운 레시피와 맛을 추구하는 Z세대를 공략하면서, Z세대 소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며 “젊은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참여 가능한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작년처럼 올해에도 젊은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각종 페스티벌 현장에 찾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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