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 귀신 보인다" 고시원 불 지른 중국인…집행유예 선고됐지만 강제추방 가능성 [디케의 눈물 155]
입력 2023.12.30 06:51
수정 2023.12.30 06:51
중국인 유학생, 9월 새벽 고시원서 불 지른 혐의 기소…1심 "정신질환 참작"
법조계 "과거부터 정신과 약 복용…심신미약 상태 고려돼 양형에 영향 끼쳤을 것"
"현주건조물방화죄, 심각한 피해 가능해 실형 선고 많아…강제추방 추가 검토 될 듯"
"외국인, 출입국관리법 따라 공공안전 해칠 염려 있으면 추방 가능…검찰도 항소할 듯"
창 밖에 귀신이 보인다며 새벽에 고시원에서 불을 지른 20대 중국인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법조계에선 인명피해가 없었고 피고인이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이 고려돼 실형을 면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주건조물방화죄는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실형 선고가 많이 내려지는 중한 범죄인 만큼 강제추방 등의 조치가 추가로 검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권성수 부장판사)는 최근 현주건조물방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대학원생 A(26)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 9월21일 오전 3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고시원 내부에 화재를 일으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A씨는 "창문에 귀신이 보인다"면서 가연성 물질인 스프레이에 불을 붙였고 다행히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체포돼 유치장에 있는 동안에도 내부 마감재와 화장실 아크릴판을 손으로 잡아 뜯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이로 인해 경찰서의 기물을 파손한 혐의(공용물건 손상)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방화 범행은 무고한 사람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고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A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제때 약을 먹지 않아서 심신미약이었던 상태였던 점 등을 고려해 징역형의 집행은 유예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고시원은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는 공간이므로 형법 제164조 1항에 의거,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 기차, 전차,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지하 채굴 시설을 불태운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다"며 "또한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형법 164조 1항에 따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죄로 볼 수 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고 A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던 만큼 형법 10조 제2항에 따라 형이 감경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감경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여러 사정이 종합돼 판단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현주건조물방화죄는 심각한 인명, 재산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벌금형도 규정되어 있지 않고 실제로 실형 선고가 많은 중한 범죄다"며 "다만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원래부터 정신과 약을 복용해오고 여러 정황상 당시에도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을 고려하여 실형을 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의 경우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국가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 염려가 있는 경우 강제로 추방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이 추가로 검토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심신미약은 감경사유에 해당하여 A씨 양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고 그 외에도 전과 유무나 개인적인 사유가 참작 됐을 수 있다"며 "특히, 검찰에서 양형 부당 등 사유로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