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김치 해썹인증 의무화”…외식업계, 김치가격 인상 ‘촉각’
입력 2023.12.28 07:05
수정 2023.12.28 07:05
내년 수입 배추김치 제조업소 전체 확대
식품업계 “중국산 김치 가격 상승 불가피”
“국내 김치 기업엔 기회, 외식업체엔 부담”
정부가 내년까지 모든 수입 배추김치 제조사에 대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의무 적용을 100% 확대한다. 명확한 제조 기준과 엄격한 위생으로 국내 김치와의 위생관리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고물가로 타격을 크게 받은 외식업계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입산 김치 가격의 상승은 고스란히 부담으로 이어지고 또 다시 외식물가 인상으로 직결되는 등 밥상 물가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11월 배추김치 수입량의 약 89%에 대해 해썹(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을 적용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9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과 '수입 배추김치에 대한 해썹 의무적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해썹은 식품의 원재료가 만들어지는 생산단계부터 제조, 가공, 보존, 유통을 거쳐 최종 소비자가 먹기 전까지 단계별로 정밀하게 품질을 관리하는 기준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1995년 처음 도입됐으며 김치는 2008년부터 의무적용 대상으로 지정됐다.
그간 국내에서 생산되는 김치는 해썹이 적용됐으나 수입김치는 기준이 없어 수입김치도 국산김치와 동등한 안전관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지난 2020년 이른바 ‘중국산 알몸김치’ 파동 이후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다만 해썹이 의무화 될 경우 인증을 받기 위한 시설 투자와 유지 비용 등이 수입산 김치 가격에 반영돼 외식업체와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국내로 수입되는 김치 대부분은 중국산이 차지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서울지역 33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배추김치의 중국산 비중은 올해 2분기 기준 74.7%에 달했다.
중국산 김치가 음식점 밥상을 점령한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중국산 김치가 국산보다 3배 이상 저렴하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대부분의 서울시내 음식점들은 ‘메이드 인 차이나’ 김치 완제품을 도매상으로부터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매년 수입량 역시 늘고 있다. 중국산 김치 수입액은 지난 2020년까지 늘어나다가, 2021년 감소세로 돌아섰다. 비위생적인 소금물과 녹슨 굴삭기 등이 해당 영상을 통해 공개되면서, 중국 김치 공장과 중국산 김치에 대한 위생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
2021년 연간 김치 수입량은 24만607톤으로, 코로나19로 외식 수요가 크게 줄었던 2020년(28만1187톤)에 비해서도 4만 톤 이상 줄었다. 그러나 원재료 가격 폭등과 치솟는 물가로 인해 2022년 김치 수입량은 다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가뭄으로 인해 주요 농산물 가격이 대폭 뛰면서, 비싼 국산 김치 단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외식업계에서는 중국산 김치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국내산이라고 거짓 표기하는 곳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해썹 인증이 본격 도입될 경우 김치 가격 인상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입 김치 해썹 인증을 위한 도입과 인증 유지 비용 등으로 수입 단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내서 입지를 넓히지 못하고 있는 김치를 제조하는 국내 기업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대비 국내 B2B 김치가 3배 정도 가격이 비싼데 중국산이 해썹인증을 받게 되고 또 그로 인해 유지하는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가가 관건이 될 듯 하다”면서 “해썹 인증으로 인해 중국산 김치와 한국산 김치의 가격이 얼마나 좁혀지냐에 따라 국내산 김치의 입지가 넓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외식업계는 중국산 김치 수입이 막혀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김치를 취급하지 않거나, 대체제를 통한 대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치 등 식재료를 대규모로 취급하는 프랜차이즈 보다는 소상공인 피해가 더 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 프랜차이즈 외식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 프랜차이즈들은 기업 이미지를 생각해 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며 “일반 식당이 문제인데, 김치는 필수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많이 오를 경우 깍두기 등 다른 것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