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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딸'의 자기모순 [기자수첩-정치]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입력 2023.12.28 07:00
수정 2023.12.28 07:00

'지구상에 있지 않은 명칭' 파기 요청에도

강성지지층 일컫는 용어 '개딸' 정치권 잠식

더불어민주당과 이미 뗄 수 없는 불가분 관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지난해 3월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열린 '영등포를 일등포로, 이재명은 합니다!' 영등포 집중 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공식 파기'가 요청됐던 단어 '개딸(개혁의딸)'이 역으로 정치권 내 지분을 단단히 챙기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갈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조처이지만, 강성지지층 내부에선 명칭 파기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여전히 오가는 상황이다. '선언적' 파기로 하루아침에 없어지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와 버렸다. 그만큼 개딸들의 영향력이 쉽게 사라지기 어렵단 방증이기도 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취임 첫 일성도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 세력과 개딸 전체주의 세력과 결합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당 원로들이 앞다퉈 당의 통합과 단합을 위해선 개딸 발(發) 당내 민주주의 파괴를 해결해야 한단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미 '개딸'이 뿌리 깊게 자리매김한 데는 이른바 '잼파파'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가 개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 열성을 보였던 데도 있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팬카페 '재명이네마을' 초대 이장으로 뽑힌 소감 글에서도 "개딸·냥아·개삼촌·개이모·개언니·개형 그리고 개혁동지와 당원동지 시민 여러분 모두 깊이 사랑한다"고 적은 바 있다. 강성 지지층들은 스스로를 개딸로, 이재명 대표를 아빠라고 칭하며 관련 용어에 녹아들었다. 결국 개딸은 외부에서 만들어준 프레임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갇힌 것이란 데서 '자기 모순'이란 생각부터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강성 팬덤의 병폐는 '암컷' 논란으로 당이 막대한 내홍을 겪고 있을 때도 어김없이 터져나왔다. 지난달 최강욱 민주당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 파문으로 지도부가 황급히 '당원권 6개월 정지'를 내렸을 때도, 강성 당원들은 최 전 의원의 발언을 비호하면서 당을 향한 공세까지 서슴지 않았다. 잘못이 없는 최 전 의원을 징계한다는 비토와 함께, 이들의 분노는 '왜 수박(비명계에 대한 멸칭)은 가만히 두느냐'는 공세 쪽으로 표출됐다. 더욱 최근으로 와서는 보복운전 벌금형으로 총선 심사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이경 전 상근부대변인을 향한 릴레이 응원이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의 지지를 위시한 극언들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우려도 정치권에 줄을 잇고 있다. 이미 민주당은 사당화 됐고, 팬덤정치로 인해 재건이 불가능하다는 비판까지도 등장할 정도다.


지난 9월 21일에는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에 분개한 지지자들이 민주당 중앙당사 인근에 모여들기도 했다. 고성을 지르는 사람과 바리케이드를 미는 인파들,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이 엉켜 난장판이 된 가운데 '당사란 점거를 해야 하는 곳인가'라는 의문을 들게 했던 일이었다. 이 대표의 대선 패배 후, 그에게 용기를 주고 다시 일어서게 만들자는 취지였던 '개딸'은 역설적이게도 민주당을 가장 퇴행시키고 있는 존재라는 비판들에 직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미칠 정치적 영향력이 사그라지지 않는 한 개딸이란 용어는 민주당과 불가분의 관계가 될 전망이다. 이미 민주당은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과정에 있어서 개딸로 불리는 강성지지층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진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높이기로 했다. 이들의 표심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까지 이미 갖춰진 셈이다.


'지구상에 있지 않은 명칭'이라 선언을 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있던 것이 없어질 수 있을까. 결국 명칭폐기 요청은 '무위'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 수순이다. 자성이 동반된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개딸'이란 용어가 사라질 일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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