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업계 '적과의 동행'으로 위기탈출…워너·파라마운트 합병 초읽기
입력 2023.12.26 11:08
수정 2023.12.26 11:08
미국 미디어 업계 3위와 5위의 만남
미국의 대형 미디어 그룹인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와 파라마운트 글로벌(이하 파라마운트)이 인수 합병을 논의 중이다. 데이비드 자슬라브 워너브러더스 최고경영자(CEO)는 밥 베이키시 파라마운트 CEO를 만나 합병에 대해 이야기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미디어 순위에 따르면 워너는 컴캐스트, 월트디즈니에 이어 3위, 파라마운트는 넷플릭스 다음인 5위에 올라있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워너브라더스는 '배트맨', '슈퍼맨', '아쿠아맨',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다양한 영화 IP를 소유하고 있으며, 스트리밍 서비스 HBO를 소유하고 있다.
'트랜스포머', '터미네이터', '미션임파서블', '스타트랙', '탑건' 등의 IP를 가지고 있는 파라마운트는 영화 스튜디오 외에도 MTV, CBS 등 케이블 방송 채널과 OTT 파라마운트플러스 운영 중이다. 이에 워너와 파라마운트가 몸집을 합친다면 2위인 월트 디즈니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OTT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 세계 스트리밍 서비스 점유율은 넷플릭스가 구독자 자 2억 4715만명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와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가 뒤따르고 있다.
워너브라더스의 HBO 맥스와 파라마운트 글로벌는 현재 각각 9500만 명, 6300만명으로 시너지를 내기엔 부족한 수치지만, 양사의 오리지널에 더해 파라마운트가 보유한 미국프로풋볼(NFL) 중계권을 확보해 경쟁력을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 또 IP와 오랜 시간 쌓아온 제작 능력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이전보다 더 존재감을 갖기 수월해진다.
두 미디어 그룹의 만남은 막대한 부채와 적자가 배경이자 뛰어넘어야 할 산으로 보인다. 워너브라더스는 2021년 디스커버리와의 합병 과정에서 대량의 부채를 안았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부채는 451억달러이며 지난해에는 89억의 영업 손실을 냈다.
파라마운트는 OTT에 대한 투자로약 140억 달러의 장기 부채를 떠안았다. 이에 파라마운트 지주회사 내셔널어뮤즈먼트(NAI)의 최대 주주인 샤리 레드스톤은 최근 영화 제작사 스카이댄스미디어와 투자사 레드버드캐피털 등과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조사도 난제 중 하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M&A 규제를 강화했다.
무엇보다 양사가 기존 IP외에 새로운 오리지널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약점이다. 넷플릭스가 200개국에 진출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K콘텐츠를 발굴해 구독자를 늘렸던 모멘텀이 부족하다. 기존 콘텐츠만으로는 폭발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가 는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의를 거쳐 MOU를 체결했다. 콘텐츠 경쟁력 심화와 스트리밍 가입자수 둔화가 빚어낸 흐름 속에서 경쟁 기업들의 동거가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미디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