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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돌던 70대 치매노인, 13t 쓰레기에 파묻혀 살고 있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3.12.19 16:48
수정 2023.12.19 16:52

저장강박이 의심되는 70대 어르신의 집에서 1톤(t) 트럭 10대가 넘는 분량의 폐기물 13t이 쏟아져 나온 사연이 전해졌다.


ⓒ동구 제공

19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올해 초 동구노인복지관에 다니는 한 70대 치매 어르신 A씨는 다른 어르신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복지관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예의 주시한 복지관 측은 동구 복지정책과 직원과 함께 A씨의 집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2층짜리 단독주택인 A씨의 집은 내부가 폐기물로 가득 차 집 안에 들어가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


동구 관계자는 "2층으로 올라가기조차 어려워 계단에 줄을 걸고 의지해 간신히 올라갈 수 있었다"며 "어르신께 위생 문제로 '집을 치우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스스로 치우겠다고만 답했다"고 말했다.


동구 직원들은 A씨에게 쓰레기봉투를 제공해 본인이 치울 수 있도록 독려하고, 쓰레기가 때 맞춰 집 밖에 버려져 있는지 확인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나 여름이 되자 집 안에서 악취가 풍겨왔고 결국 직원들이 나섰다.


동구 관계자는 "혼자 치운다고 했지만, 진전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며 "결국 특정일까지 치우지 않으면 A씨가 구청에 협조하겠다는 각서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어서 청소와 쓰레기 배출을 위한 별도 예산이 필요한 데다가 쓰레기양이 워낙 많아 직원들 손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동구는 자원봉사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다행히 시민 20여 명이 모여 지난달 이틀에 걸쳐 청소를 마무리 했다.


1년에 이르는 지자체의 설득과 자원봉사자 20명이 힘을 합친 덕분에 노인은 '쓰레기 집'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A씨 집 안에서 나온 폐기물은 1t 트럭 10대 분량으로 모두 13t에 달한다. 비용은 구청이 지원하되 A씨와 가족 등이 부담하기로 했다.


동구 관계자는 "가정불화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겹치면서 저장강박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1년 가까이 설득한 끝에 A씨의 집 안을 청소한 것처럼 앞으로도 저장강박 의심 가구를 파악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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