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천만배우 만들어 주자”는 2030, 관객의 힘 [홍종선의 연예단상㉝]
입력 2023.12.18 19:14
수정 2023.12.18 20:29
배우 정우성, 영화 ‘서울의 봄’으로 첫 ‘천만 영화’ 눈앞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을 본 관객 수가 18일 오전 11시 900만 명을 돌파(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한 가운데, ‘천만 영화’ 등극이 눈앞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막연한 낙관이 아니다. 영화 흥행을 주도하는 2030 세대가 열렬한 호응을 보내고 있다. MZ세대 젊은이답게 응원의 방법도 다양하다.
작품에 대한 호평의 글과 영상을 남기는 것은 기본. 배우 황정민이 탄생시킨 ‘악마적’ 반역자 전두광과 이기적 보신주의에 빠져 국운과 국민은 나 몰라라 하는 권력자들로 인해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심박수’ 체크기로 확인한 인증사진을 공유하는가 하면 일본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 공부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심박수 확인용 관람, 현대사 공부 후 재관람은 N차(복수) 관람의 풍경을 만들고 있다. 또 하나 N차 관람을 부르는 호조의 흐름이 있으니 “우리가 정우성을 ‘천만 배우’로 만들겠다”는 2030 세대의 외침이다.
20대 직장인 김바다(가명) 씨는 “우리가 N차 관람으로 정우성을 천만 배우로 만들어 보자는 움직임이 주변에 꽤 있다”고 말했고, 30대 프리랜서 김은하(가명) 씨는 “절친 이정재에게는 천만 영화가 여러 개 있는데, 정우성에게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들이 있다”고 전했다.
40대 직장인 안지영(가명) 씨 역시 “정우성에게 천만 영화가 없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고 놀랐다. 그렇다면 나도 1석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고, 또 다른 40대 직장인 김가영(가명) 씨는 “눈빛이 참 선한 배우다, 그냥 착해만 보이는 게 아니라 따뜻한 마음이 비치는 눈이다. 정의로운 이태신 역에 정우성 외에 다른 배우가 가능할까 싶다, 캐릭터에 믿음을 줬다”고 호평했다.
18일 오후 YTN ‘더 뉴스’(진행 김영수·엄지민)에 출연한 김성수 감독은 “시나리오 수정고 때부터 이태신 역에 정우성을 염두에 두고 썼다. 정우성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매달렸다. 정말 (정우성이) 하지 않으면 영화를 엎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헌트’에서 전두환을 제거하려는 군인 출신의 안기부 국내팀장 김정도 역을 소화한 바 있기에, ‘헌트’ 촬영 직후 받게 된 영화 시나리오 ‘서울의 봄’에서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태신 역을 거절했다는 배우 정우성. 하지만 계속된 김성수 감독의 러브콜, “전혀 다른 결의 영화이고 개봉 시기도 다르다”는 설득에 장태완을 모티브로 한 이태신을 맡게 됐다.
‘더 뉴스’에서 정우성은 “감독님께서 이태신 관련 자료라며 보내주시는 영상들이 제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여러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들이었다. 처음엔 ‘내가 나를 연기하라는 것인가’ 당황했는데, 인터뷰 영상들을 보다 보니 민감할 수 있는 (난민 관련) 이야기기에 단어 하나, 표현 하나 고르며 신중히 말하는 제가 보였다. 이태신에 임하는 배우 정우성의 자세를 알려주시는 자료들이라는 감독님의 의중을 느끼게 됐고, 그것이 이태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김성수 감독은 곁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두 앵커가 2030 세대의 뜨거운 지지를 알고 있는지, 천만 관객을 기대했는지 등 관객과 관련해 묻자 배우 정우성은 “관객에 관한 부분은 제게 늘 미지수로 남아 있다”면서도 30년 차 배우의 진심을 담아 답변했다.
“다만, 관객이 영화를 완성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좋은 영화는 관객이 극장 문을 나설 때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희 영화를 봐주시고, 극장 문을 나선 뒤 영화에 의미와 가치를 키워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영화 ‘도둑들’(2012)과 ‘암살’(2015)로 천만 주연작 두 편, ‘신과 함께-죄와 벌’(2017)과 ‘신과 함께-인과 연’(2018) 특별출연으로 시작해 조연이 된 천만 영화 두 편, 합 4개의 천만 영화를 지닌 절친 이정재와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다. 연기의 결이 다르고 지향점이 같을 수 없는 별개의 독립적 배우들일 뿐 아니라, 좋은 영화를 평가하는 척도가 관객 수만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함에도 “우리가 ‘천만 배우’ 만들어 보자”며 정우성을 뜨겁게 응원하는 관객들의 바람이 소중한 건 그들께서 정우성에게 천만 영화가 없다는 것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것, 마음에 쏙 드는 좋은 영화로 정우성을 만났을 때 그 ‘마음의 빚’을 갚아주고 싶어 한다는 지점이다. 아름다운 풍속도다.
정우성은 “영화를 해나감에 있어 천만 영화를 바란 적도 없고, 쉽게 되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성수 감독님과 함께한,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로 이루어진다면 개인적으로 더 큰 의미”라고 말하며 웃었다.
천만 영화는 천만의 관객이 만든다. 천만 배우도 천만의 관객이 있어 탄생한다. 정우성이 ‘천만 배우’에 등극할 날이 머지않았다. 당연히,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아수라’에 이어 다섯 번째 ‘서울의 봄’을 함께하며 배우 정우성의 가치를 가장 잘 활용하는 감독, ‘충무로 부부’로 불리는 김성수 감독의 몫도 분명히 있다. 그래도, 30년의 세월 동안 정우성의 선한 눈빛과 마음의 방향을 알아봐 주고 사랑한 관객들이 일등 공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