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변화" JY 발언에 삼성 추가 투자 나올까
입력 2023.12.18 12:00
수정 2023.12.18 16:28
이재용 네덜란드 방문 계기로 반도체 추가 투자 나올지 관심
파운드리 성패는 첨단 장비·생산능력·수율·파트너사 확보 달려
한·미 중심 반도체 투자 이어가되 인력·인프라 여부는 변수될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네덜란드 EUV(극자외선) 장비 제조사 ASML을 방문했을 당시 "반도체 산업에 변화를 줄 수 있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도체 부문 추가 투자가 이뤄질지 관심이다.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제조라인은 경기도 기흥·화성·평택과 미국 오스틴·테일러를 아우르고 있다. 파운드리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경쟁이 막 오른 가운데 첨단 장비 확보는 물론, 적기 팹 투자를 통해 경쟁사를 압도할 체제 구축에 나설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1~14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당시 ASML 본사를 함께 찾았다. 그는 그곳에서 EUV 장비 생산시설 '클린룸' 등을 살핀 뒤, 해당 장비를 통한 협력이 반도체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소감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삼성전자와 ASML은 13일(현지시간) 총 7억 유로(약 1조원)을 투입해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을 연구하는 센터를 설립키로 하는 등 기술 협력 결실을 맺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귀국 후 양사간 MOU에 대해 "이제 삼성이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 NA) EUV'에 대한 기술적인 우선권을 갖게 됐다"며 "장기적으로 D램이나 로직에서 하이 NA EUV를 잘 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이 NA EUV 장비는 2nm 공정의 핵심 장비로 꼽힌다. 경 사장은 "EUV는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전체적인 반도체 공급망에서 튼튼한 우군을 확보했다"고도 강조했다.
ASML과의 협력은 EUV 장비의 안정적 조달을 정조준하는 만큼 삼성 뿐 아니라 글로벌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이 이 회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첨단 EUV 장비를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차세대 반도체 시장 판도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 반도체에서 초격차 기술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첨단 장비 확보가 필수적인만큼 이 회장도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Gate All Around) 기술을 통해 초미세 공정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청사진을 줄곧 보여왔다.
삼성은 현재 GAA 기반 3nm 1세대(SF3E)를 양산중이며, 2nm에서는 모바일향 중심으로 2025년 2nm 공정(SF2)을 양산하고,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향, 2027년 오토모티브향 공정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ASML로부터 첨단 장비를 비롯한 기술 협력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만 한다면 최대 경쟁사인 TSMC를 압도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계획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그만큼의 생산능력을 갖춰야 한다. 삼성전자는 고객 주문을 받기 전 클린룸(청정실) 등 생산시설부터 건설하는 '쉘 퍼스트'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삼성은 평택과 테일러 등에 반도체 클린룸을 건설중이다. 부지면적이 총 289만㎡에 달하는 평택의 경우 올 3분기 기준 3기(P3) 마감, 4기(P4) 골조 공사를 진행중이며, 미국 테일러 1라인은 계획대로 연내 완공하고 내년 하반기 본격 가동할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올해 DS(반도체) 부문에서만 47조5000억원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 삼성은 2027년 기준 클린룸 규모가 2021년 보다 7.3배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투자 여부도 관심사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지난 7월 열린 '파운드리 포럼'에서 "기존 기흥, 평택, 화성, 오스틴 외에 미국 테일러 사이트는 계획대로 진행중"이라며 "2030년 이후 미래 팹 사이트를 용인에서 지금부터 준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었다.
삼성은 오는 2030년까지 평택에 총 6개 라인(P1~P6)을 지을 계획이다. 앞으로 P5와 P6 건설이 예정돼있다. 국가산업단지로 조성중인 용인 클러스터에도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지적돼온 '물리적 한계'를 단계적으로 극복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도체 추가 투자가 이뤄질지 관심사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지난해 7월 삼성전자가 테일러 9곳, 오스틴 2곳 등 반도체 생산 공장을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을 주정부 감사관실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빨라야 2035년부터 신설 공장 가동이라는 장기적 내용이 담겨 있어 당장 투자 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긴 힘들다. 그러나 내년 미 대선 이후 리더십 변화에 따라 삼성의 투자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남아있다.
결과적으로 한국-미국을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투자를 지속하되 소재·부품·장비, 인력, 관련 인프라 등을 두루 고려한 로드맵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는 GAA 3나노 2세대 공정 양산과 테일러 공장 가동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고성능컴퓨팅, 차량, 소비자 등 다양한 응용처로 수주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