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친 4살 아이 19차례 '혼밥'시킨 교사, 무죄…"최선 아냐, 판결 뒤집힐 수도" [디케의 눈물 149]
입력 2023.12.16 06:10
수정 2023.12.16 06:10
유치원 교사, 4살 아동 분리시켜 혼자 밥 먹게 한 혐의…법원 "훈육 목적으로 봐야"
법조계 "아동학대 사건, 신체적·정신적 발달 저해할 정도 가혹행위 있었는 지가 쟁점"
"어리고 여린 4살 아이 겪은 경험, 미래에 상처로 남을 수도…교사, 더 세심한 지도했어야"
"부모였다면 어떻게 지도했을지도 고려해야…부모 훈육 수준 벗어났다면 아동학대"
유치원 점심시간에 친구들의 식사를 방해하고 장난을 쳤다는 이유로 4살 아동을 19차례 혼자 밥먹게 한 교사가 아동학대 무죄를 선고 받았다. 법조계에선 아이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리고 여린 4살 아이가 겪은 경험이 먼 미래에 상처로 남을 수 있는 만큼 교사 입장에서 좀 더 세심한 지도를 했어야 했다며 항소심에선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함현지 판사는 최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유치원 교사 조모(27)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조씨는 지난해 6월께 윤모(4) 군이 점심시간에 반 친구들에게 장난을 치며 식사를 방해하자 교실 앞 공구장에 낮은 책상을 붙여 놓고 그곳에 홀로 앉혀 밥을 먹도록 했다. 윤군은 같은 해 7월초까지 19차례 걸쳐 이 같은 분리 식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씨의 행동을 정서적 학대행위로 보고 지난 4월 조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조씨의 행위를 정서적 아동학대가 아닌 훈육 목적의 보육활동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이 사건에서 취한 방법이 윤군의 식사 지도에 있어서 최선 방법이 아니었을 수는 있다"면서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아동학대 행위를 규정한 아동복지법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교사들의 정상적인 보육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지나친 법 적용은 아동 복지 보장이라는 입법목적에 어긋나게 돼 아동복지를 해할 수 있다"고 봤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아이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혼자 밥을 먹게 했다는 행위 자체 만으로는 신체적, 정신적인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재판부도 아이가 다른 친구들의 식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혼자 밥먹게 둔 행위가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을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을 보면, 교사 입장에선 조금 더 넓은 측면에서 세심한 지도를 했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리고 여린 4살 아이가 겪은 경험이 뇌리에 박혀 먼 미래에는 상처로 남을 수 있어서다"며 "CCTV엔 담기지 않은 당시 교사의 발언 등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사안을 종합했을 때 항소심에선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승혜 변호사(법무법인 이승혜앤파트너스)는 "법원에서는 '과연 같은 상황에서 피해아동의 부모였다면 어떻게 했을지'를 아동학대 판단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훈육 수준의 범위를 과도하게 벗어났는지, 교사한테만 과도한 인내심과 참을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지 등을 따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에 아이가 한 번 장난친 것을 두고 유독 이 아이한테만 가혹하게 지도했다면 아동학대가 인정됐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판례에 따르면 영유아 보육교사는 원칙적으로 영유아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징계를 할 수 없다"며 "사회통념상 인정될 수 있는 범위 내의 훈육은 가능한데 본 사안에서는 아동에 대한 지도가 지나친 방임·폭력·가혹행위 등 형사처벌 대상에 이르지 않는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았고 교육자의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전 변호사는 그러면서 "아동에 대한 학대는 중하게 처벌되어야 할 것이나 교육자의 자유로운 판단을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정상적인 보육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행위의 전후사정 등 구체적인 타당성을 고려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