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일단 막았다"…김기현·인요한 혁신안 속도조절
입력 2023.12.07 04:00
수정 2023.12.07 06:50
7일 혁신위 회의 앞두고 전격 회동
김기현 "혁신 의지 믿어달라" 호소
쌍특검 앞두고 당내 투쟁력 저하 우려
인요한 "의지 확인"…불씨는 남아
혁신안 수용을 놓고 반목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달 17일 이후 19일 만의 일이다. 김 대표가 혁신안의 즉각 수용이 어렵다는 점을 설명하고 인 위원장이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며 일단은 봉합하는 형국이다.
만남은 이날 오후 5시경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이뤄졌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던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이 등장하자 "어느 혁신위보다도 왕성하게 활동해서 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역할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먼저 덕담을 건넸다.
비공개 회동에서는 "지도부의 혁신 의지를 믿고 맏겨 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최고위에서 의결할 수 있는 사안이 있고 공천관리위원회와 선거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지금 바로 수용하지 못하는 점은 이해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참패를 계기로 출범한 혁신위는 '희생'을 주제로 친윤·중진·지도부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를 권고한 바 있다. 머뭇거리는 지도부를 압박하기 위해 공식 안건으로도 의결했으며, 나아가 인 위원장은 지난 4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수용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가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특히 '전권'을 약속했던 김 대표가 혁신안을 외면하자 당 안팎에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비상대책위원회로 당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혁신위 역시 '조기 해체' 카드로 압박에 나서며 김 대표의 입지가 쪼그라들었다. 무엇보다 혁신위 좌초는 지도부 책임이 될 수밖에 없어 마냥 외면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김 대표 등을 초청해 비공개 오찬 자리를 가지면서 김 대표에게 다소 숨이 트였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예산안은 뒷전이고 탄핵과 쌍특검, 국정조사를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당의 단일대오가 깨지는 것이 부담"이라고 했다. 당무감사 결과에 따라 하위 20% 이상 컷오프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더해 혁신안까지 즉각 수용할 경우, 원내 장악력이 떨어져 야당과의 투쟁을 전개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요지다.
이날 SBS 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한 이양수 원내수석도 "정기국회가 계속 진행 중이고 예산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거취를 표명하는 일들이 있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면서 "혁신위의 제안이 수용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단지 시기의 문제이지 방향성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도 일단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인 위원장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책임 있는 분들의 희생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오늘 만남을 통해 김 대표의 희생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예정된 혁신위 회의에서도 "감안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갈등 국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의 만남은 불과 20여 분으로 혁신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화를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주로 김 대표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식의 대화가 이뤄졌을 공산이 크다. 회동을 마친 인 위원장은 대표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