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떨어졌는데 믿을건 토레스 EVX뿐… 속타는 KG모빌리티
입력 2023.12.04 12:50
수정 2023.12.04 12:50
토레스 EVX, 생산 물량 늘렸는데… 첫달 2000대도 못팔아
전기차 안팔린다 해도… 일부 지자체선 전기차 보조금 동나
KG모빌리티, 당분간 신차효과 보기 어려울 듯

지난 9월 전기차 모델 '토레스 EVX'를 야심차게 출시한 KG모빌리티의 속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달 첫 고객 인도를 개시한 가운데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되는 연말과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책정하는 내년 1~2월까지 판매량 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친환경차 보급 속도를 높이라는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만, 사실상 1년에 세 달은 보조금이 없어 친환경차를 팔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를 첫 출고한 지난달 167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7월 출시된 토레스 내연기관 모델이 기록한 첫 달 판매량의 60% 수준이다.
이는 토레스 EVX 출시 이전 업계에서 기대했던 수치를 훨씬 밑도는 판매량이다. KG모빌리티 역시 토레스 EVX 출시 이후 물량이 확대될 것을 대비해 고객 인도 전 공장 가동률을 늘리고, 충분한 물량을 생산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도 지난달 초 평택공장을 직접 찾아 임직원들에게 토레스 EVX의 품질과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당부한 바 있다.
토레스 EVX의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은 토레스 EVX 출시 시점이 전기차 보조금이 대부분 소진되는 연말과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10~12월은 한 해에 편성된 전기차 보조금이 대부분 소진되고 지자체별로 잔여 보조금이 크게 엇갈리는 시기다.
실제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명시된 12월 첫째 주 기준 지자체별 잔여 대수를 보면,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주춤하면서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전체 보조금이 꽤 남아있는 편이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보조금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이 4969대 남은 반면 경남, 경북, 전남, 충남 대부분 지역은 두자릿수에 불과하고, 부산과 세종, 경기 수원, 성남, 안양, 광명, 평택, 과천 등 일부 지자체는 보조금이 동났다. 통상 국고보조금에 지자체보조금을 함께 제공받아 구매하는 만큼, 국고 보조금이 남아있더라도 지자체 보조금이 동난 경우 차량 구매 가격이 크게 오르게된다.
문제는 연말 판매량 뿐 아니라 내년 초까지 토레스 EVX의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책정이 매년 1~2월 중 이뤄지기 때문이다. 내년 환경부 보조금이 확정되기 전엔 전기차를 구매하더라도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KG모빌리티는 '신차효과'를 거둬야할 시기에 보조금 없이 전기차를 판매해야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내년 초 전기차 보조금 책정 이후 밀려있던 계약 물량을 빠르게 출고할 수는 있지만, 4개월 이상 차량 출고를 기다려야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계약을 취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토레스 EVX의 신차효과를 가늠할 수 없게 되면서 당분간 내수 판매량도 저조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사명 변경 후 토레스 단일모델로 내수 실적을 연명해왔지만, 현재 토레스 효과도 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토레스의 올해 1~10월 총 판매대수는 3만2070대로, 지난해 출시 직후 5개월(7월~12월)간 판매량인 2만2484대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국고 보조금은 남아있는데 지자체 보조금이 떨어진 곳이 있다 보니 충분히 생산을 했어도 내년도 보조금이 나와야 출고할 수 있다"며 "출고가 돼야 판매 실적으로 집계되는 만큼 내년 전기차 보조금이 책정된 후에는 판매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선 보조금 공시 절차가 단축돼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 판매량이 저조해지는 분위기와는 별개로, 보조금 소진과 책정시기가 맞물리는 연말과 연초엔 전기차 판매에 한계 있을 수 밖에 없어서다.
볼보의 경우 지난달 28일 소형 전기 SUV 'EX30'을 공개하고 사전계약에 돌입했지만, 출고 시기는 내년 5~6월 경으로 보고 있다. 내년 보조금 책정 시기가 불투명한 만큼 신차 효과가 꺼질 것을 우려해 출고 시점을 미룬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업계는 전용공장 신설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나, 최근 전기차 판매 감소로 어려움에 직면해있다"며 "매년 1~2월 보조금 확정 전 보조금 혜택 부재로 전기차 구매가 저조하다. 전기차 보조금 공시절차 단축을 통한 구매 애로를 해소해야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