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차이가 뭐길래…IQ 72 남성, 지적장애 인정 안 된 이유 [디케의 눈물 140]
입력 2023.11.22 05:07
수정 2023.11.22 05:07
IQ 72 남성, 장애인 등록신청 소송 제기했으나 패소…법원 "장애기준인 70 넘어 인정 불가"
법조계 "전문의·복지사 감정 등 종합평가 배제된 채 판단한다면…개인 기본권 침해 여지"
"오차값도 따졌어야, IQ 2 차이는 오차 5%도 안 돼…검사 당시 컨디션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법원에 신체감정 신청해 새 기준 제시하면 판단 뒤집힐 수도…장애사실 적극 알리고 설득해야"
지능지수(IQ)가 72로 지적장애 기준 70을 근소하게 넘는 남성이 자신을 장애인으로 등록해 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지능을 평가할 때 표준으로 쓰이는 '웩슬러 검사'에서 IQ 70 이하를 장애인으로 분류하고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내려진 판결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IQ 기준은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전문의와 장애인복지사의 평가가 포함된 종합감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에 신체감정을 신청해 새 기준을 제시하면 판단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윤성진 판사는 A씨가 서울 동작구청장을 상대로 장애인 등록신청 반려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청구한 소송을 최근 기각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1월 병원에서 웩슬러 지능검사를 받고 IQ 72 판정이 나와 이를 근거로 장애인 등록 신규 신청을 구청에 냈다. 웩슬러 지능검사는 사람의 지능을 평가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검사다. 그러나 구청은 A씨가 '장애정도 심사용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신청을 반려했고 A씨는 이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IQ 70을 초과하더라도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 받는 제약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예외적 심사 절차를 거쳐서 결정해야 했다"며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처분은 장애인복지법령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웩슬러 지능검사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지적 능력 발달이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하고 자신의 일 등을 처리하는 것이 상당히 곤란한 사람'인지를 판정하기 위한 객관적 수단으로서 부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청구를 기각했다.
의사 출신 정이원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원)는 "웩슬러 검사는 지능을 판단할 때 표준으로 쓰이는 지표이며 법원에서도 참고하는 자료다. 이 검사에서 IQ 70 이하를 장애인으로 분류하고 있다면 법원도 이를 근거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만약 다른 기준에 따른 장애 등록을 원한다면 법원에 신체감정을 신청하면 된다. 현재 지능 상태가 어떤지 검사를 받은 후 행정청의 처분이 틀렸다는 사실을 법원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항소심에서 다른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그러면서 "자신이 장애인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설득할 만한 자료를 충분히 제시하지 않는다면 법원에서 심판 자체를 할 수 없으므로 당연히 증거 부족에 따른 기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 법률사무소)는 "지능을 측정하는 '웩슬러 지능검사'는 상대적인 평가이기 때문에 장애 진단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 시대와 연령대 등에 따라 IQ 기준이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며 "'IQ 70'이라는 기준이 지능 측정에서 하나의 요소는 될 수 있지만 그 외에 전문의와 장애인 복지사의 평가 및 감정이 포함된 종합 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를 배제하고 단순히 IQ 수치만 놓고 장애 등급을 판단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차값을 충분히 따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볼 수 있다. 흔히 의학계에서 허용되는 오차 범위를 10% 이내로 보는데 원고의 IQ가 72라면 오차가 5%도 되지 않는 근사한 차이다. 이는 검사 당시의 컨디션, 조건 등에 의해 얼마든 달라질 수 있는 수치이다"며 "장애 기준을 IQ 70 이하로 획일화시켜 오차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재량권 일탈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장애인 등록 신청이 필요하고 긴급한 개별적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일률적으로 시행령을 기준으로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시행령 조항 및 모법의 취지와 평등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경계성 지능인에 대해 일부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조례에 의거 지원을 받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