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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 강압보다는 경쟁으로 풀어야 [기자수첩-유통]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3.11.20 07:02
수정 2023.11.20 07:02

11년 만에 물가관리책임실명제 도입

정부 압박보다 할인 경쟁이 소비자 체감도 더 높아

규제‧문턱 완화해 온‧오프라인 공정한 경쟁 분위기 조성해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뉴시스

추석 이후 각종 먹거리를 중심으로 지속되는 도미노 인상에 정부가 ‘물가관리책임실명제’ 카드를 11년 만에 다시 꺼내들었다.


그간 품목별 담당자를 지정해 관리했던 신선 농축산물에 이어 소비자 물가 체감도가 높은 빵·우유·과자·커피·라면·아이스크림·설탕·식용유·밀가루 등 9개 가공식품에도 담당자를 임명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식품산업을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부터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등도 현장 담당자를 지정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장차관 등 고위 공무원들이 식품기업이나 대형마트 등 현장을 방문해 물가 안정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지난 6월 라면업계를 직접 언급하며 가격 인하를 이끌어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대형마트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일부 식품업체들의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것)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어 생필품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사실상 식품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역량을 총동원해 식품‧유통업계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이 같은 방법은 그다지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시기만 피해 가격을 올리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해있어서다.


실제로 올해만 해도 6월 밀가루 가격 인하를 언급하면서 라면, 스낵 가격이 일부 낮아졌지만 추석이 지나자마자 우유 같은 유제품을 비롯해 아이스크림, 주류부터 외식가격까지 훨씬 더 많은 품목의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매번 언급되는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이 제 값을 못한다는 인식이 클 수 밖에 없다. 차라리 대형마트나 인근 편의점 또는 이커머스에서 하는 대대적인 할인 행사가 가계 안정에 더 도움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1월은 연중 가장 많은 세일 행사가 벌어지는 시기다. 백화점 정기 세일을 비롯해 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연말을 앞두고 대규모 할인 이벤트가 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먹거리부터 생활용품까지 ‘반값’ 타이틀을 두른 상품이 쏟아진다.


여기에 물가 안정의 힌트가 있다. 채찍보다는 경쟁을 유도해 자발적인 가격 안정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


응당 기업이라면 이윤을 추구하는게 당연하지만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필사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 위기에 몰린 대형마트가 연중 세일을 하는 것은 이커머스 등 온라인이라는 대항마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기업들이 자유로운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각종 규제와 문턱을 낮춰주고 그 사이에서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유통업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마트의 새벽배송 허용 문제를 비롯해 출점 규제나 의무휴업일,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를 해소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 지속적이고도 건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일회성 보여주기식 물가관리 정책으로는 그때만 피하면 된다는 기업들의 잘못된 인식을 지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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