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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단절된 고립·은둔 청년, 서울시에만 13만 명…시 지원은 고작 500명?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3.11.16 05:04
수정 2023.11.16 05:04

서울시, 척도검사 및 1:1 대면상담 통해 고립·은둔 청년 538명 선정…3가지 유형 나눠 프로그램 진행

전문가 "코로나19 겪으며 고립·은둔 청년 급증…원하는 대로 취업 안 돼 미래 희망 잃어버려"

"일부 표본 뽑아 지원하는 것으론 전체 양상 변화시킬 수 없어…지원사업 양적으로도 충분히 늘려야"

시 "실태조사 결과, 표본조사라서 지원사업 인원 대폭 늘릴 수는 없어…예산 및 관리인력 부족한 현실"

ⓒgettyimagesBank

서울시 청년 중 약 12만9000명은 사회와 단절된 '고립·은둔' 청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서울시 청년(만19세~39세)인구가 279만7000명 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청년 20명 중 1명은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고립·은둔 청년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서울시 차원에서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예산 및 관리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지원 대상자가 500여명에 그쳐 240명 중 1명만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일부 표본만을 뽑아 지원하는 것으로는 전체 양상을 변화시킬 수 없는 만큼 이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긴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지원 사업을 양적인 면에서도 충분히 늘려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16일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만 19~39세 고립·은둔 청년 추정 인구는 약 12만9000명으로 서울 청년의 4.6%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립 청년이란 물리적·정서적으로 타인과 관계망이 단절됐거나 외로움 등의 이유로 일정 기간 고립상태인 청년을 말한다. 은둔 청년은 집 안에서만 지내며 일정 기간 사회와 교류를 차단하고, 최근 한 달 내 직업・구직 활동이 없는 청년을 일컫는다.


이들이 고립·은둔 상태에 빠진 이유를 살펴보면 '실직 또는 취업에 대한 어려움'(45.5%), '심리적·정신적 어려움'(40.9%),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움'(40.3%)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들은 성년이 되기 전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정서적으로 힘들었던 경험'(62.1%),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경험'(57.8%),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57.2%)이 있었다. 성년 이후에는 대다수가 진학·취업 실패, 학교·직장 부적응 등을 경험했다. 성년 이전의 정서적·경제적 충격이 성년 이후로도 후유증을 남기는 것이다.


시는 지원 사업을 통해 고립·은둔 청년이 다시 사회로 나가기 위한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시는 지난 4월 척도검사와 1:1 대면상담을 통해 1096명 중 538명을 선정했으며 고립·은둔 청년들을 ▲은둔형 ▲활동제한형 ▲활동형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맞춤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부 표본만을 뽑아 지원하는 것으로는 전체 양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지원사업 대상자를 더욱 늘려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고립·은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세상 밖에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이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긴 프로그램 개설이 필요하고 지원 사업을 양적인 면에서도 충분히 늘려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데일리안

정둘순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립·은둔 청년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취업난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대로 취업이 되지 않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희망적인 요소가 지속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고립·은둔 청년은 계속해서 늘어갈 것이다. 국가와 청년들 모두 노력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현상은 청년들 본인이 원하는 직업과 실제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불일치에서 발생했다. 청년들의 생각도 좀 바뀌어야 한다"며 "처음부터 원하는 곳에서 일하긴 쉽지 않다. 경쟁을 회피하기보다는 경쟁을 받아들여야 하고, 본인이 경력이 쌓이면 더 나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립·은둔 청년의 경우 다른 대상과 달리 이들과 접촉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일반적인 프로그램만으로는 접근이 어렵다"며 "고립·은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세상과 손잡을 수 있도록 접근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있어야 이들을 세상 밖으로 꺼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특히 "지원사업의 양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서울시에서도 지원사업에 나섰지만, 고립·은둔청년 13만명 중 500명을 선정해 지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규모"라며 "프로그램이 양적으로 늘어나야 노출 및 접촉 빈도가 늘어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 대상 인원을 계속 늘려나가는 게 시의 목표"라면서도 "실태조사 결과가 표본조사라는 점에서 지원사업 인원을 대폭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고 예산과 사업을 관리할 인력 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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