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푹 꺼진 인기” 수제맥주, 채널 부재에 속앓이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3.11.03 07:29
수정 2023.11.03 07:29

시장 열기 냉각되며 업계 침체 길어져

다양한 노력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아

과당경쟁…“온라인 판매처 확보 필요성” 주장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수제 맥주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수제맥주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호황을 맞았던 수제맥주 시장의 열기가 사그라들며 업계 전반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주요 기업들은 멀어진 소비자를 돌려 세우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판매처의 부재로 회복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제맥주의 인기는 ‘수직하강’ 중이다. 최근 위스키와 하이볼 등 주종 다변화가 지속되면서 수제맥주의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로 인해 재고에 대한 부담은 물론 고정비용까지 크게 늘었다.


BGF리테일 집계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CU의 수제맥주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3%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0년 498%, 2021년 255% 급성장했던 것과 대비된다.


수제맥주 업계가 고전하게 된 원인은 다양하다. 수제맥주에 몰렸던 수요가 엔데믹을 맞아 수입맥주와 위스키, 하이볼 등으로 이동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기존 국내 주류 업체들까지 전부 유흥에서 홈술 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성장세가 신통치 않아졌다.


여기에 과거 영광을 되찾기 위해 무리한 마케팅 활동을 지속하면서 어려움이 배가 됐다. 수제맥주 업체들은 주세법 개정으로 가파르게 시장 규모를 키웠지만 편의점업계 및 이종업계와 협업 마케팅에만 치중하면서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초기 성장을 도왔던 편의점이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했다. ‘4캔 1만1000~2000원’이라는 마케팅 정책에 따라 납품단가의 상한선이 정해지면서 업체별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고품질의 맥주는 생산단가를 맞추기 어렵게 됐고, 저풍미의 ‘콜라보 맥주’만 넘쳐나게 됐다.


급기야 편의점에서 수제맥주를 ‘골라 받기’ 시작하면서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최근 편의점에서 수제맥주 운영 상품 수를 줄이고 다양한 와인을 비롯해 RTD 하이볼이나 칵테일과 같은 기타주류들로 매대를 채워나가고 있다. 또 위스키와 전통소주 등을 소개하고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류 트렌드가 하이볼이나 타 주종으로 이동한 데다 그동안 수제맥주가 너무 범람했다”면서 “이제는 진짜 맛과 트렌드 모두를 잡은 독특한 차별성이 있는 상품이어야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와 마찬가지로 수제맥주 취급 품목 수 130여 종을 꾸준히 유지해 나가고 있지만 수제맥주가 워낙 다양해지다 보니 다 들일 수가 없다”며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서 맛과 향 상품성도 판단하고, 기존 상품들과 다른 셀링 포인트를 가진 상품을 가려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수제맥주가 진열되어 있다.ⓒ뉴시스

문제는 수제맥주업계가 단 기간에 실적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맥주 시장 경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재료값 상승도 어려움을 고조시키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맥주의 원료인 맥아와 홉 가격이 급등해 수익성이 위협받고 있다.


결국 수제맥주업계는 새로운 판매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판매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제품을 만들어도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창구가 적은 데다, 치열한 시장 경쟁 논리에 따라 금방 사라져야 한다는 현실 때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규모 수제맥주업체 대부분이 소매점 중에서도 편의점 판매에 전적으로 매출을 의지하고 있다. 이 마저도 캔 혹은 병제품을 생산할 수 없는 영세한 업체들은 소비자에게 알릴 기회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수제맥주업계는 하이볼 및 RTD 주류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짐에 주목하고 그에 발맞춰 하이볼 제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또 마니아층이 형성된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는 등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기도 하다.


수제맥주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 트렌드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하이볼 등 다른 주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단 돈을 벌어야 새로운 수제 맥주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계 상황으로 내몰린 수제맥주업체에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매출처를 확보해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수제맥주협회도 온라인 판매에 공감하고 있다.


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전통주 온라인 판매와 마찬가지로 매출처를 확보해주기 위해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경기침체가 회복되는 기간 동안에라도 한시적으로 허용을 해 주고 시범적인 운영을 통해 보완해 나가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소규모 수제맥주업체가 중대형 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사다리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는 국내 맥주산업 경쟁력 강화 및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