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달동네의 ‘화려한 변신’…새뜰마을사업, 주민·지자체 모두 ‘방긋’
입력 2023.11.01 11:01
수정 2023.11.01 11:01
달동네·쪽방 등 취약지역 삶의 질 집중 개선
주거여건 개선, 주거복지 서비스 및 수익 창출까지 연계
국비 70% 지원, 지자체 호응 높아…내년 12곳 신규 추진
새뜰마을 사업은 전국의 달동네, 쪽방 등 취약지역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됐다.ⓒ국토부, 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새뜰마을 사업으로 얼마나 살기 좋아졌는지 말로 다 할 수가 없지. 집도 고쳐주고 사회복지사는 집마다 다니면서 늙은이들 잘 있나 살펴보느라 아주 욕봐요. 죽을 때까지 다른 데 안 가고 싶다니까.”
31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일원 도토리골에서 만난 87세 이은순 할머니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은순 할머니는 국토교통부의 새뜰마을 조성사업(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통해 낡은 집을 고치고 매주 주민돌봄 서비스도 받고 있다. 도토리골에는 이 할머니처럼 새뜰마을 사업의 혜택을 보는 주민이 228명 더 있다.
새뜰마을 사업은 전국의 달동네, 쪽방 등 취약지역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됐다. 전국에는 여전히 정부의 각종 정책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취약지역이 상존한다.
사업은 안전과 위생, 삶의 질이 한계수준에 달한 지역,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 사회적 약자가 밀집한 지역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안전·생활 인프라 ▲집수리 지원 ▲일자리·복지 등 휴먼케어 등 사업을 추진해 주거여건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주거취약계층 관련 지원사업 중 집수리(내·외부)가 포함된 건 새뜰마을 사업이 유일하다. 노후주택 개선을 위해 주민들이 일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마저도 민간의 현물지원 등이 더해지면 사실상 자부담은 거의 없는 수준이란 설명이다.
도토리골은 시골 할머니 댁을 찾은 것처럼 정겹고 푸근한 인상을 줬다. 화단에는 꽃들이 만개하고, 몇몇 어르신들은 작은 텃밭에서 잡초를 속아내고 물을 주고 계셨다. 경로당에선 웃음소리도 새 나왔다.
주거취약계층 관련 지원사업 중 집수리(내·외부)가 포함된 건 새뜰마을 사업이 유일하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도토리골은 지대가 낮아 해마다 침수 피해가 잦고 산사태 우려가 컸던 곳이다.ⓒ국토부
주민대표에 따르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토리골에선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었다. 도토리골은 지대가 낮아 해마다 침수 피해가 잦고 산사태 우려가 컸던 곳이다. 그동안 CCTV 하나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고, 길을 밝혀줄 가로등조차 없었다고 한다. 평일 낮 시간대에도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한옥마을과는 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면서 말이다.
도토리골은 지난 2019년부터 새뜰마을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그야말로 ‘환골탈태’ 했다. 주민들 요청으로 수로관과 CCTV·보안등이 설치됐고, 흉물스럽던 빈집은 허물어서 주차장, 주민 텃밭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는 주민 공동시설인 거점공간을 짓고 있다. 총사업비는 42억8000만원이며 이 중 국비로 30억원이 투입된다.
김채리 (협)도토리골사람들 대표는 “수로관 설치 이후에 2년간 수해 피해가 전혀 없었다. 밤길이 환해져서 이제 무섭지 않다”며 “도토리골 특성을 살린 쿠키도 만들고, 앞으로 스마트팜 운영도 하게 되면 주민들이 직접 소득을 창출할 기회도 더 늘어난다. 마을이 깨끗해지고 살기 좋아지면서 어르신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임은미 도토리골 주민돌봄센터장은 “진정한 주거복지는 물리적 지원에 사회복지가 함께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업 추진 후 어르신들 표정이 훨씬 밝아졌다. 이 작은 마을에서 얼굴도 모르고 평생 사시던 분들이 이제 매주 마을회관에 모여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함께 하며 어울리신다”고 설명했다.
통상 도시개발, 주거정비사업은 주민·지자체 간 갈등을 빚어 사업이 지체되거나 반응이 미온적인 경우가 왕왕 있는데, 새뜰마을 사업은 주민과 지자체 사이에 ‘끈끈한 정’이 묻어났다. 이미 2021년 사업이 완료된 충남 보령시 궁촌동 일원 수청지구(명천6통) 주민들 역시 삶의 만족도가 크게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골목마다 악취가 심하던 수청지구는 새뜰마을 사업 이후 오·우수관로 정비를 통해 마을이 쾌적해졌다.보령 수청지구 전경.ⓒ국토부, 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31가구에 대해선 집수리 지원이 이뤄졌고 기름을 때던 집들은 도시가스가 공급되기 시작했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골목마다 악취가 심하던 수청지구는 새뜰마을 사업 이후 오·우수관로 정비를 통해 마을이 쾌적해졌다.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31가구에 대해선 집수리 지원이 이뤄졌고 기름을 때던 집들은 도시가스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마을을 가로지르던 폐철로는 주민 휴게시설이 들어선 녹지대로 조성됐다. 사업이 마무리되고 땅값도 1.5배 올랐다고 한다.
최석길 명천6통 통장은 “새뜰마을 이전에는 동네가 냄새도 심하고 낙후됐었는데 사업이 추진되고 무엇보다 냄새 안 나고 깨끗해졌다”며 “30~40년 돼서 물이 줄줄 새던 집도 새로 싹 고치고 도시가스도 공급되고 참 살기 좋아졌다”고 말했다.
보령시 관계자는 “주거취약지역이던 명천6통에 주민커뮤니티센터가 조성되고 각종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주민 공동체를 강화하고 일자리도 창출됐다”며 “취약지구 정주여건이 개선되면서 누구나 살고 싶은 마을로 변화됐단 점이 가장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서 해당 지구가 취약하다고 해서 무작정 사업을 끌고 갈 수가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는데 정부 사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지자체도 사업을 끌고 갈 명분이 생긴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새뜰마을 사업을 하려는 주민 의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169개소에서 새뜰마을 조성사업을 선정·추진하고 있다. 매년 10개소 정도 신규 사업지를 선정하는데 사업비 70%가 국비로 지원돼 지자체 수요도 나날이 늘고 있다. 내년 신규 사업 선정 공모에는 31개 지자체가 신청해 12개소에서 신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