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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기 부양 위해 두 팔 걷었다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3.10.29 07:07
수정 2023.10.29 07:07

習, 국가주석 취임 이후 10년만에 첫 중앙은행 방문

주식시장 요동에 ‘경제 챙긴다’ 신호 주기 위한 행보

전국인민대표대회, 1조 위안 국채 추가 발행안 승인

증시 반등 가능성과 대증요법 처방이라는 시각 팽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4일 주석 취임 이후 처음으로 허리펑 부총리 등과 함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방문했다. 사진은 시 주석이 18일 열린 제3회 '일대일로(一帶一路·육로와 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4일 허리펑(何立峰) 국무원 부총리(경제분야 총괄) 등과 함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깜짝 방문했다. 시 주석이 인민은행을 방문한 것은 2012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처음이다.


그의 인민은행 방문은 상하이종합지수가 1년여 만에 3000선이 무너지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경제를 챙기고 있다는 신호를 주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의 중앙은행 방문에 대한 세부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중국 당국이 경제와 금융시장 지원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확인’해주기도 하듯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이날 6차회의를 통해 올해 4분기에 국민총생산(GDP) 대비 3%로 설정했던 국가재정 적자규모를 3.8%로 늘려 1조 위안(약 184조원) 규모의 국채 추가발행안을 승인했다. 올 4분기에 5000억 위안, 내년 1분기에 5000억 위안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국채 발행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올들어 경기둔화세가 지속되면서 주가가 속락하는 바람에 중국 주식시장이 코로나19 발발 이전 최저점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 등 중국 경제의 바로미터가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4일 CSI300지수는 전날보다 36.35 포인트(1.04%) 하락한 3474.24로 거래를 마쳤다. 2019년 2월 21일(3442.71) 이후 4년 8개월 만에 35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이 지수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를 해제하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정책을 쓸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급등했지만 그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셈이다.


중국 증시 주가지수를 알려주는 상하이 루자쭈이 금융지구의 전광판. ⓒ 로이터/연합뉴스

현 주가수준은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3월과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던 지난해 10월 말보다 낮다. 2019년 36.1%, 2020년 27.2%나 급등했던 증시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지속돼 2021년 5.2%, 2022년 21.6% 하락한 데 이어 올들어서도 10%가량 떨어지며 3년 내리 하향곡선을 탔다. CSI300지수는 중국 본토 A주(상하이·선전증시에 상장된 위안화 표시 중국기업 주식) 가운데 시가총액이 큰 300대 기업의 주가 움직임을 따라가는 인덱스다.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코로나 팬데믹 와중인 2021년 1월 4000선을 넘보는 등 활기를 띠다가 코로나가 지속적으로 맹위를 떨치며 내림세로 돌아선 뒤 줄곧 하락세를 탔다. 결국 지난 20일 3000선이 맥없이 붕괴된 이후 3000선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의 하락요인은 차고 넘친다. 중국 경제회복 속도가 더딘 데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 및 유동성 위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 간의 전쟁, 우크라이나전쟁 등 높아진 대내외 불확실성이 주요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미·중 디커플링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의 경제운용 능력에 대한 우려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미·중 금리차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금이탈이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중국의 자본 순유출 규모는 750억 달러(약 101조원)로 2016년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기업 길들이기도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 당국은 22일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로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대만 훙하이(鴻海)정밀공업(Foxconn)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전날인 21일엔 세계 최대 광고회사인 영국계 WWP그룹 홍보대행사의 상하이사무소를 압수수색하고 전·현직 임원 3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중국의 부동산 산업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베이징 외곽의 란웨이러우(爛未樓·공사를 중단한 아파트나 주택단지) 모습. ⓒ 중국 경제일보 홈페이지 캡처

중국은 앞서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성장률이 3%에 그치자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전망치보다 낮은 목표를 내세운 것이다.


리오프닝과 지난해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5% 안팎 달성이 무난하다고 예상됐으나 요즘 경제상황을 보면 녹록지 않다. 중국은 1분기 4.5%, 2분기 6.3%까지 올랐다가 3분기에 4.9%를 기록했다. 연간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4분기에 4.4% 이상이 필요하다. 더욱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불안감이 커졌다.


이런 까닭에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두 팔을 걷고 나섰다. 1조 위안 규모의 국채 추가발행 외에도 국유은행 주식지분을 매입했던 중국 국부펀드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에 나섰다. 국부펀드인 중양후이진(中央匯金)투자는 23일 규모를 밝히지 않은 채 ETF를 매입했다며 향후 보유량을 계속 늘릴 계획이라고 천명했다. 증권사들은 ETF 매입 규모가 100억 위안 정도로 추정했다.


중앙후이진은 11일 4억 7700만 위안 규모의 4대 국유은행(工商·農業·中國·建設)의 주식을 사들인지 2주도 채 안돼 ETF 매입 소식을 전한 것이다. 중앙후이진이 4대 은행주를 한꺼번에 사들인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인데, 앞으로 6개월 동안 4곳 은행의 지분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중앙후이진이 2013년 6월과 2015년 7월 ETF 공개 매입을 발표한 이후 상하이지수는 3개월 만에 20% 이상 치솟았다.


국유기업들은 주가를 띄우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중국석화(中國石化)와 중국이동(中國移動), 바오강(寶鋼) 등 국유기업 10곳은 자사주매입 계획을 공시했다. 이들 10곳 기업 중 5곳은 5억~16억 3000만 위안, 2곳은 23억 4300만 위안, 1곳은 30억 위안 규모의 자사주를 2~12개월에 걸쳐 사들일 방침이다.


ⓒ 자료: 블룸버그통신

민간기업들도 힘을 보탰다. 투자정보 매체 둥팡차이푸(東方財富)에 따르면 허방(和邦)그룹은 2억~4억 위안, 웨이룽(偉隆)·신레이넝(新雷能) 등은 3000만~6000만 위안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했다. 이에 중국 당국도 증권거래세 인하, 신규 기업공개(IPO) 속도조절, 대주주의 주식매도 제한, 공매도 규제 등의 조치를 내놓으며 측면 지원했다.


하지만 중국 증시의 전망은 엇갈린다. 반등 가능성이 크다는 낙관적 관측과 대증요법식 처방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하다. 낙관론은 부동산을 제외한 소비와 산업생산 부문에서 회복세가 짙게 나타나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 주석의 다음 달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갈등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든다. 저우마오화(周茂華) 광다(光大)은행 연구원은 "중앙후이진의 ETF 매수는 적극적으로 시장안정 의지를 드러냈으며 증시 풍향계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기대난’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중국 기업 특유의 부정회계·기술 훔치기 관행과 중국 지도부의 자의적 정책리스크에 더해 미·중 글로벌 공급망 갈등, 부동산 침체위기 등이 악재들이 수두룩한 탓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예상보다 나은 3분기 성장률이 나왔지만, 중동분쟁과 미 반도체 수출제한 강화 등으로 지정학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경제와 금융시장을 부양하려던 중국 정부의 시도들은 너무 늦은 것일 수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포사이스 바 아시아(Forsyth Barr Asia)의 윌러 첸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가 궁극적인 게임 체인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증시의 바닥을 다질 주요인은 여전히 중국의 거시경제 펀더멘털"이라고 강조했다.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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